왜 킥고잉은 겨울에도 사용률이 줄지 않을까?
처음 킥고잉을 발견한 건 2018년 겨울이었다.
추운 날씨에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길에 왠 민트색 킥보드가 어색하리만큼 정렬된 모습으로 서있기에 무시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어라? 그런데 다음날도 강남에서 보이네? 잉? 그 다음날도?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보니까 생전 처음 접하는 "공유 전동킥보드"서비스라고 하더라.
컨설턴트였던 당시에는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봄/여름/가을에만 잘 되지 않을까? 겨울에는 추운데 누가 이걸 탈까?"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왠...?? 킥고잉 이용률이 거의 줄지않았다고?
데이터에 따르면, "감소했다. 그러나 미비한 수준이다."라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 물음표를 쏟아냈고, 와인잔을 기울이며 폭풍같은 토론을 통해 몇 가지 추측을 했다. 역시 이놈의 컨설이들.
귀찮음에 킥고잉을 타는 유저는 날씨가 추워도, 더워도 여전히 귀찮을 것이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어쩌다가 가족들한테 차를 빌려준다거나,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버스로 출근하는 장마철의 꿉꿉함을!
그만큼 사람에게 습관이 무섭다. 괜히 옛 속담에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아 이게 아니구나. 아무튼! 몸에 체화된 것을 바꾸는 건, 뇌에 충격적인 작동방식을 바꾸는 충격이 없는 한은 매우 매우 어렵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헐레벌떡 현관문을 나서는 것과 같지.)
이 케이스는 나름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킥고잉을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브랜드 경험이 일정 수준을 지나면, 합리적으로 계산하기 시작한다는 특징을 찾았다. (야매 결과. 절대 컨설팅에서 하면 금지한다는 프레임에 빠진 생각임.)
이 자리에 모인 FGI 그룹에 결론은 킥고잉 같은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지도 서비스의 길 찾기 "도보 모드" 측정 시간의 3분 2를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길찾기에서 15분 나왔다면, 킥보드로 5분 만에 도착한다는 뜻.
15분 동안 칼바람에 코드를 여미고 고객 숙이며 승모근이 뻐근하게 걷느니 5분 바짝 춥고 말겠다! 라는 의지가 킥보드를 타게 한다. 내 겨울도 그러했고, 자리에 모인 얼리어답터들의 겨울도 그렇게 지나갔다.
올 겨울은 상대적으로 강설량이 적었다.
약간의 눈이 내리고 지나간 도로에서 라이딩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럭저럭 괜찮은데?" 물론 이들 대부분의 직장이 서울에서도 도심의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제설이 잘되어있기도 했다.
타일 형식의 인도가 아닌 이면도로(골목길)를 달리면 마찰력이 꽤 높고 킥보드 타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인도는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역삼역과 강남역 사이 테헤란로는 눈 내리는 날 타면..^^
2016년 여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두 번째 해이다. (1위는 2018년 여름)
2020년 여름은 2016년 여름의 더위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되었다. 강수량 또한 적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겨터파크 예약 매진이라는 거지. 올 여름 킥고잉을 비롯한 킥보드 업체들은 웃겠지만 더위에 헐떡 거리며 포켓몬 Go 하는 좀비처럼 킥보드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될 거 같다.
우리는 올 여름도 킥보드의 노예가 될 거 같은데..라는 우려와 함께 와인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