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심사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 Sep 20. 2021

정말로 산으로 갔다.

16호

작심사일은 정이와 반이가 한 개 주제를 사일 동안 도전하고 그 사일 동안의 기록을 담는 뉴스레터 콘텐츠입니다. 구독 가능한 링크는 콘텐츠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호기롭게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그렇게 산으로 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일 1산에 도전하려 했다. 동네 뒷산은 등하산 30분 컷이 가능했기에 만만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제목 그대로 정말 산으로 가버렸다. 사일 동안 단 하루 빼고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 첫날은 등산, 둘째 셋째 날은 조깅, 마지막 날 산책. 계획했던 일이 산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말해보도록 하겠다.




Day 1.  쉬는 날에는 달려야 한다.


연휴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회사에 안 가도 된다니.'였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시간도 여유로운데 산에 오르는 게 맞을까?'였고. 모처럼만에 찾아온 쉬는 월요일이었으니 힘든 거, 평소에 하기 힘든 운동을 하고 싶었다.  

결국 등산 대신 달리기를 선택했다. 산 같지 않은 동네 뒷산을 등산하기보단 1시간을 달리는 게 칼로리를 불태우는데 효과적일 터였다. 아침 9시 15분부터 km당 6분 10초 페이스로 50분간 뛰었다. 총 뛴 거리는 8.12km. 다 뛰고 나니 얼굴은 시뻘게지고 호흡도 가빠왔다. 


시계를 보니 출근시간이었다. 빨간 날이 아니었다면 뛰기 불가능한 거리임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평일 아침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낸 느낌이라 좋았다. 달리는 내내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덕분에 산에 오르지 않아도 자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Day 2.  아침 등산


오전 9시 27분에 정상을 찍었다. 정상이라고 해봤자 해발 192m. 15분이면 다 올라갈 정도의 아가산이었다. 그런데... 아가산이라서 좋았다. '산'이라고 하면 막연히 높아 보이고 힘들 것 같은데 아가 산은 선입견을 산산이 부숴버린다.집에서 나와서 등산부터 하산까지 총 3~40분이 걸리는 부담 없는 산. 그마저도 코스가 무난해서 15분은 가파르게 산을 오르고, 나머지 15분은 평평한 오솔길을 따라 피톤치드 받으며 하산 가능한 산.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산 특유의 푸릇푸릇함은 모두 맛볼 수 있는데 가는데 부담이 없는 산. 매력적이지 않은가?



Day 3.  비 온 뒤 달리기


눈을 떠보니 폭우였다. 새벽부터 번개 치고 빗방울이 사정없이 떨어지더라.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닫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9시쯤 다시 눈을 떴다. 하늘은 잠시 소강상태였다. '오늘은 산에 오르지 못하겠네' 걱정부터 앞섰다. 누워서 꼼지락대다 돌연 몸을 일으켰다. 한 손에는 핸드폰, 다른 손에는 러닝용 시계를 들고서 곧장 현관으로 갔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작심사일이 무너질 것 같다는 불안함이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동네를 달렸다. 이슬비라 평소보다 천천히 뛰었고 거리도 5km만 달렸다. 비가 온 뒤라 나무 냄새가 더 향긋하게 느껴졌다. 뛰기 시작한 지 10분 후쯤 완전히 비가 멎었다. 하늘이 작심사일을 도왔나 보다. 뛰고 돌아와 씻고 출근했다. 나쁘지 않은 아침이었다.



Day 4.  산책하는 자의 즐거움


사일째는 걸었다. 녹음이 너무 예뻐서 도저히 빠르게 지나칠 수 없었다. "녹음이 좋다면서 대체 오늘은 왜 산에 가지 않았나?" 반문할 수도 있겠다.


운전면허가 나오는 날이었다. 아침에 면허를 찾으러 학원에 가야 했고, 등하산을 병행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대신 학원까지 오가는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달렸다. 중간중간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풍경이 예뻐서 일부러 이곳저곳 둘러보며 걷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무의 푸릇푸릇함에 정신이 팔려 내내 걸어버렸다. 넋 놓고 걷느라 러닝용 시계 멈추는 것 또한 잊어버렸다. 5km를 걷뛰 했는데 거리는 17.18km로 기록됐다. 이렇게 이번 작심사일은 단 하루만 산에 갔다. 결국 1일 1산으로 종료됐다. 


뭐가 됐든 간에 운동은 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아침마다 산에 오르려던 이유도 4일 동안 달리고 산책했던 이유도 사실은 하나였다. 행복하려고. 밤늦게까지 사무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일상은 어쩐지 우울하다. 햇빛이 얼마나 따뜻한지, 바람이 얼마나 선선한지, 나무가 얼마나 푸른지, 사람들이 어떻게 아침을 보내는지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이번 한주는 내내 야근을 했음에도 마음이 편안했다.  




종합 꿀팁
산으로 가는 법


이렇게 하면 산으로 간다. 

쉬는 날 또는 연차를 낸 날엔 운동의 종류와 상관없이 평소보다 힘든 운동하는 걸 추천한다.  

집에서 나와 등산부터 하산까지 왕복 1시간 이내라면 아침마다 등산(뒷산 오르기)을 모닝 루틴으로 가져가는 게 나쁘지 않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비 올 때 산에 가기. 만약 소나기라면 등산 대신 달리기를 추천한다. 실내 운동이라면 더 좋고. 

뭐든 간에 의무감으로 하진 말자. 행복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해당 매거진에선 "작심사일 뉴스레터"의 한 주 지난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가장 최신호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클릭해서 작심사일 구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