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독서모임 나영숙 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책, 그림,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 공돌이입니다. 서울 소재의 글로벌 전자회사에서 20년간 R&D 업무를 했고 현재는 같은 회사 R&D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옮겨 앉은 덕분에 이전과는 다른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만나서, 아주 달라진 새로운 삶의 풍경들을 신기해하고 즐기면서 매일 성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삶의 가치를 정해두고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 '존중', '감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을 만납니다. 세 가지 키워드들은 제 인생에서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때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과는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와서 깜짝 놀라곤 하는데요, 다시 이해하게 된 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와 다른 관점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내 삶에 찾아온 모든 것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존중'과 '감사'의 마음이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제 삶에 갱신된 '사랑'의 정의는 책 속 명문장으로 대신 전달 드려보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마음산책)
성장판 독서모임의 신정철 작가님과는 한 때 회사 소속이 겹치는 시공간이 있었어요. 2016,7년쯤에 사내 행사에서 저서인 『메모습관의 힘』과 직접 작성한 실물 노트를 소개해 주셨던 장면이 깊은 첫인상으로 남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성장판 독서모임 참여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성장판에서 기획한 발제독서, 메모독서, 매력독서(원서 읽기, 인문교양반, 벽돌책 읽기)는 믿고 참여하는 과정이 되었고 오랫동안 좋은 서연들과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나'라는 존재를 여러 깊이와 측면으로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나'와 연결된 '우리'를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사회적, 문화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북도디 정빈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선별해 주시는 책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확실히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막상 닥치면 다루기가 쉽지 않은 '감정, 상실, 죽음, 고립' 등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생의 큰 주제를 21일이라는 시간 동안 차분히 자기만의 속도로 접근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특히 책을 함께 읽어가는 지성과 품성이 훌륭한 서연들과 교감하며 배워가는 순간 속에서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감사일기방에서 여러분들과 연결되어 '감사'하는 루틴을 지속하다 보면 "나"와 "우리"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인지를 여러 번 깨닫게 됩니다. 삶의 여러 터전의 고수들이 표면적인 것을 넘어 마음 깊숙한 측면까지 헤아리고 감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요.
"지금, 여기"에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인지, 그 좋은 것을 누릴 가치가 있는 나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마음공부 실천 도구가 '감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세상은 당신에게 친절한가? 세상의 태도는 나에 관한 내 믿음에 달렸다. 정작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친절한가? 우리는 매일 마음의 화분을 돌아보며 물을 주고 온정을 쏟아붓고 있는가?
우리는 증오할 능력과 사랑할 능력 모두를 가지고 있다. 마음에 사랑을 쏟아놓을지 분노와 냉소를 쏟아놓을지 오늘 당장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으로 세상의 태도는 힘을 잃고 마음은 자유를 찾는다.
나는 그에게 나를 믿어도 좋다고 눈빛으로 말하려 애쓴다. 또한 그에게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사랑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나는 이 순간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
에디트 에바 에거 박사의 『마음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속 문장들입니다. 저자는 삶을 무너뜨리는 극한 상황을 겪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철저하게 희생되었지만 희생자로 살지 않기로 선택합니다. 그녀는 우리의 삶은 과거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계속되고 자유는 현재를 사는 것이며 삶의 흐름에 나를 내맡기고 변화의 기회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 만의 삶'의 치유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하여 '연결된 삶'들에 대한 책임과 소명으로 살아온 그녀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삶 속에서 자주 떠올리게 되는 글귀들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심신이 쉬어가는 휴식처,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마법 포털, 아직 발견하지 못한 희귀한 지혜들이 쌓여있는 기대되는 보물창고입니다.
저는 성장판 독서모임 회원들이 소개해 주신 책들이 참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나는 정확하게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던 것 같아요. 마흔 후반에 다가가는 나이 탓인지 이제는 남녀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인류애, 모든 '그것'에 대한 사랑의 근본은 동일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2019)
사랑은 수동적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 노력이 필요한 능동적 활동, 참여하는 것, 생산적인 것, 주는 것이라는 통찰이 좋습니다.
2.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2014)
문학평론가가 영화에서 읽어 낸 사랑, 욕망, 윤리, 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율리시즈(2023)
385쪽의 문장을 공유해요.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성장한다. 또한 사랑 그 자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4. 『시와 산책』 한정원, 시간의흐름(2020)
삶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 '사이'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사치, 깊은 상실을 품고 나를 뺀 이야기를 해나가는 사람의 깊은 내면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5. 『마음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위즈덤하우스(2021)
수용소, 탈출, 자유, 치유 단계를 관통하면서 발견한 삶의 의미, 지혜, 용서를 다음 세대에게 사랑으로 전달하는 용기를 만납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데요, 최근엔 스페셜 리스트들의 현장 연주를 듣는 것을 기대하고 설레하고 있습니다. 삶에서 비타민 먹듯이 그림과 사진 전시회에 들러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운동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절묘한 비율로 살얼음이 담긴 메밀국수, 동치미 육수의 함흥냉면, 엄마가 콩을 직접 불린 다음 오래돼서 시끄러운 믹서기에 갈아서 해주시는 콩국수라면 무더위 한여름의 맛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컬리에서 광화문 미진 메밀 밀키트를 애용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인생 맛집은 봉평의 '메밀꽃 필 무렵'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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