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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판 독서 모임 Jun 26. 2023

관계,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성장판 홍대발제독서모임 이성희 님 인터뷰

1. 성희 님 안녕하세요. 성장판 회원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책을 사고, 읽고,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이성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다이어트를 시도하듯, 20년 넘게 취미를 ‘책을 사는 것’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저는 금융산업 분야 경영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다양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짧게는 4주, 길게는 1~2년 간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하며, 매번 새로운 주제를 학습하고, 새로운 고객, 새로운 팀원들과 섞여 일을 합니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이 좋아 이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전문'분야라는 것이 명확히 보이지 않고 매번 안갯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새로운 책 첫 장을 폈을 때의 설렘이 폭발하듯 일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2.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분들과 함께하시니 관계가 넓어지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대한 성희 님만의 원칙이 궁금합니다.    

 

저는 남편과 직장에서 만나, 꽤 오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어요. 결혼 후에도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남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저는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요. 남편과 술 한잔 하며 둘의 관계가 10년 넘게 잘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깊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라는 원칙이 저희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결론을 냈어요. 상대방이 저에게 잘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노력의 결과물이며, 저 또한 상대방에게 잘해주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아쉬움도 서운함도 덜 하게 되더라고요. 모든 사람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라는 원칙을 항상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3. 성희 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삶의 가치를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성실하게, 꾸준하게, 바르게. 


요즘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인데요.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 투수와 타자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기록,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인성이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1루로 향하다 무심코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포착이 되었는데 그 모습이 카메라를 의식했다기보다는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는 쓰레기를 줍는 행위에 대해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겁니다.’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이러한 태도가 그를 장기간 스타의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일을 배울 때도, 10여 년 동안 해온 일을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산에 갈 때도 ‘성실하게, 꾸준하게, 바르게’ 하다 보면 어느새 꽤나 멀리 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4. 성장판 독서모임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서점에서 우연히 『메모독서법』이라는 책을 봤어요. 저는 책도 드라마도 참 좋아하고 재밌게 보는데 막상 책을 덮거나 영상을 끄고 나면 주인공 이름조차 기억을 잘 못해요.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용을 잘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던 찰나에 만났던 책이지요.

      

자연스레 신정철 작가님에게 관심을 갖고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하게 되었죠. 짧은 홍보글에 ‘발제’ 독서라는 문구가 흥미를 끌었고, ‘올해는 다독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해 보자’라는 목표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5. 독서모임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요?     


동네책방 가는 걸 좋아해서 동네책방에서 주관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해 봤어요.


첫 번째 독서모임에서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같은 공간에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모임원에게 책 내용을 소개하고 소감을 공유합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 강제로 독서를 해야만 하고, 전혀 알지 못하던 작가, 장르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막차를 겨우겨우 타고 집에 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 독서모임은 저를 프랑스 문학에 푹 빠지게 했는데요. 번역가와 함께하는 독서모임이었습니다. 번역가님이 발제 준비를 해와서 부담 없이 소설을 읽고 가서 궁금한 점을 마음껏 물어보고 제가 느낀 점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한 장르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6. 성장판 발제독서모임에 참여해 보시니 어떠세요? 좋은 점, 아쉬운 점 등이 궁금해요:)  

   

성장판은 매달 저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좋은 점이 너무 많죠. 우선, 양서를 고르는 일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참 어려운 일이죠. 누군가에게는 좋은 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성장판에서 추천한 책은 선물같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혼자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분야의 책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이 더해져 책의 내용이 더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깊이 읽지 못한 제 스스로에게 있죠. 매번 시작할 때는 열정이 넘치는데 긴 호흡으로 가져가다 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소홀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습니다.   


7. 성희님의 독서 취향도 궁금합니다. 어떤 분야의 책을 주로 읽으세요?

     

경영학을 전공한 탓에 20대 때는 경영/경제 또는 자기 계발 서적을 주로 읽었어요. 30대 때는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많았는지 가벼운 소설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2년 전부터는 매일 아침 시를 읽고, 편향된 독서를 하지 않기 위해 정기구독 서비스, 발제독서모임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시가 어렵지만, 언어영역을 풀 듯이 작가의 의도를 꼭 파악할 필요가 없어 부담 없이 시를 읽습니다. 정기구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네책방을 찾아 서비스를 신청하고 매달 책 선물을 받듯 책 포장을 뜯을 때의 설렘을 즐기고 있습니다. 발제독서모임에서 분기 별로 선정되는 다양한 장르의 책 읽기 시도를 통해 리터러시를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인이 쓴 에세이, 좋아하는 작가(정세랑, 최은영, 김연수 작가)가 쓴 소설은 신간이 나오면 빼먹지 않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8. 성희 님 인생에서 손꼽는 인생책 best 5를 소개해 주세요.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저의 인생책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입니다. 힘들 때면 무소유를 펼쳐 들고 아무 에피소드나 읽습니다.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스승이 “괜찮다”라고 위로해 주듯 항상 이렇게 위로를 받습니다.


두 번째는 레 망다랭이라는 소설입니다. 전쟁 이후 파리 지식인들의 꿈과 이상,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고 시몬 드 보부아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박준 시인이 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에세이입니다. 시인이 쓴 에세이를 꼭 사게 만들어준 첫 책입니다. 시인이 산문을 쓰지 않고 함축적으로 시를 쓰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글이 좋습니다. 남편에게 선물로 줬더니, 글이 너무 좋아서 아껴 읽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네 번째는 델핀드 비강의 『고마운 마음』입니다. 책은 누가, 언제 읽느냐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다를 텐데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렇게 슬픈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책을 보다 거의 오열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원영 작가가 쓴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에세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을 텐데 저는 이 책을 먼저 접했어요. 요즈음 ‘뼈 때린다’라는 표현을 종종 보는데, 저에겐 이 책이 그랬어요.      


9. 여가시간에는 주로 어떤 걸 하세요? 취미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수영을 좋아했습니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는 힘을 아끼며 수영장을 20~30바퀴 돕니다. 물 안으로 들어가면 주위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오롯이 저에게 집중할 수 있거든요. 힘든 일이 생기면 수영을 하며 모든 근심, 걱정을 물에 버리고 왔어요. 처음에는 온갖 생각이 들다가도 바퀴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몇 바퀴 돌고 있는지 놓치지 않으려고 숫자만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초반에 떠올렸던 문제들이 소소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요즈음은 남편과 산에 자주 다닙니다. 최근 3년 동안 100번 넘게 갔어요. 설악산을 한참 오르다 보면 내설악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매력에 푹 빠져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수영할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근심, 걱정을 산에 내다 버리고 오면 다가오는 1주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답니다.     


10. 여름이 깊어지고 있어요. 지금 시기에 성장판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시가 있다면 한 편만 추천해 주세요. 

    

얼마 전 아껴두었던 안희연 님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라는 시집을 읽기 시작했어요. 제목부터 여름에 어울리죠?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같은 제목의 시 속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현재 교보문고 광화문에 걸려 있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11. 성희 님을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 사이트 등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아주 가끔씩 인스타그램을 합니다. sseongh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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