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한참을 걷다 뛰다 따릉이를 타다 들어왔다.
저녁에 갑자기 남편 후배가 집으로 와 함께 술을 마셨는데 안주를 너무 많이 먹은 상태로 아이를 재운다고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두 시간 정도 자다 깼는데도 여전히 배가 불러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2021년의 마지막 날인데 거리는 비현실적으로 투명했다. 너무 고요해 길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놀라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집으로 돌아와 술자리의 흔적을 치우고 씻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더 말짱해졌다. 유튜브로 음악을 틀었다. 배경화면이 포근한 겨울 침실이다. 창밖으로 반짝이는 도시의 외경이 비치고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린다. 실제 방이 아니고 컴퓨터로 만들어낸 CG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새벽이라 그런가. 마음이 화면 속 촛불처럼 일렁인다. 잠을 더 못 잘 것을 알면서도 커피 한잔을 탄다. 인터넷으로 책 몇 권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무슨 말이라도 끄적여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아 아무 말이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