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죽는 것도 노력이다. 난 죽을힘도 없었다.

■ 키즈 리턴® / 고통과 우울의 차이

by IMSpir e Ditio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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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고통 참 쉬워요. 그냥 참으면 지나가니까.

그래서 저는 고통을 주는 것보다 절망을 주는 편을 선호하죠.


이제 살아있다는 게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진짜. 절망이 뭔지 느끼게 해 줄게.




https// : 내가 가진 건 나뿐이었는데, 내 곁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그걸 모른 체했다. com


이것은 나의 과거 <이야기>다.

하지만 누군가의 현재 <이야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누군가 그랬을 테고 누군가는 그러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절망의 시절을 겪는다.

`잠깐만! 이건 너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가? 내가 그렇다고 누군가도 반드시 그런다는 법은 없는 거잖아. 그럼. 누군가는 평생을 백야의 계절에 산다는 건데. 다행이네. 여하튼 그 시절이 나에게 그랬다.


내가 세상에 처음 눈을 뜨고 간호사가 나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갈길 때부터 운명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친절한 적이 없었다. 왜 그랬는지에 이야기하자면 2박 3일은 걸릴 테니까 넘어가자. 하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현실이 날카로워질수록 고통이라는 감각이 무뎌진다는 건. 삶을 견디는데 유용한 근육이 되었다는 뜻과 다르지 않으니까.


빌어먹을... 하지만. 고통과 우울은 차원이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누군가의 대사를 인용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어떻게 보면 고통 참 쉬워요. 그냥 참으면 지나가니까.

그래서 저는 고통을 주는 것보다 절망을 주는 편을 선호하죠.

이제 살아있다는 게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진짜. 절망이 뭔지 느끼게 해 줄게.


솔직히 난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추락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심각하게 뭉개진 채 바닥에 처박혀 살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한 생각에 불과했다.


우울은 나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지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젠장. 현실의 바닥이 끝이 아니었구나.

이리도 끔찍한 체감할 수 있는 삶이라니. 정말 가혹할 정도로 아름답구나.


우울증의 최악은 자기 학대다. 진정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냥 시간이 나를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면 내가 참 하찮은 존재라고 느껴진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놀라운 진실을 깨닫게 된다.


인생에서 완전히 길을 잃고 희망마저 없을 때, 삶은 치욕이고 죽음은 의무가 된다.

최고로 불행한 순간은 집을 뛰쳐나올 수도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을 때이다.

야만인들은 결코 생각해내지 못하는 자살을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들은 실천한다. 볼테르. 작가


"죽는 것도 노력이다."


난 죽을힘도 없었다. 그저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무것도 못하고 나를 저주하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내가 가진 건 나뿐이었는데, 내 곁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그걸 모른 체했다.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라고 느껴진 날. 나를 간절히 필요할 때조차 그 시절의 나는 나를 외면했다.


그랬다.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방임도 명백한 학대다.

나는 그 시절 스스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 학대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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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이상하게도 외롭지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공허하기만 했다


외롭다는 건, 우주 그 끝도 없는 공간 안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지만

공허하다는 건, 내 인생에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이내 내 인생이 텅텅 비어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공허함을 느낄 때면 아 무 것 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외롭지가 않았다

오히려, 한없이 공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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