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고의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성숙도가 올라가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회피하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군가는 회피하던 자신을 인지하며 변화해보고자 도전한다. 어떤 순간에 인고의 과정이 나타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행동하고 성장하려는 사람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슬그머니 마음속에 침투한다.
역설적이게도 무엇인가 변화하고자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오히려 고통이 찾아온다. 그 고통은 다름 아닌 공허함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무것도 성과로 나타나지 않은 듯 보이고, 자신보다 타인의 성과가 더 눈에 잘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수면 위로 떠오른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마음이 공허하여 흐느끼며 눈물을 흘릴까? 인간은 자신이 열심히 이뤄낸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은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승진하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기간에도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친분을 다지는 가운데에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처럼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며 도움을 요청하기 꺼려할까? 자신의 취약성을 내비치면 상대방이 자신을 비난하고 비판하고 평가하여 필요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은 그냥 떠나보내면 된다. 그런데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여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관계에서 더욱 어려운 길을 택하거나, 아예 관계를 싹둑 무처럼 잘라버린다. 그러면 다시 집착하거나 고립되고 외로운 삶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30년이 넘도록 강박증을 앓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게 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녀온 날 흐느껴 울었다.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나에게 이러한 시련이 닥쳤는지 세상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아들과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만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직된 마음은 차츰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고자 노력했다. 심리 독서모임을 1년 6개월을 보낸 현재 나의 마음은 상당히 말랑말랑해졌다.
이러한 찰나에 마음의 공허함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루어 놓은 성과가 하나도 없는 듯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울먹이며 토로했다. 열등감, 상대적 박탈감, 수치심, 공허함, 외로움, 고독..
흡사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며 얻었던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을 버리고 독립하려는 마음과 비슷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해주었다. 그리고 울고 싶은 만큼 충분히 슬픔을 표현하도록 공감해주었다. 조금 진정되는 듯하여 공허한 마음의 원천이 무엇인지 내 경험담을 조금 이야기했다.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살지 못한 삶은 충분히 무언가를 이루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괜찮지 않은 삶이었다. 그 속에서 만족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렸던 그날이 떠올랐다. 책을 읽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하루 종일 울었었다. 그 공허함은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날갯짓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며 자신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는 듯했다.
40대라는 중간 항로에 들어서면 사람은 도전과 회피라는 선택지에서 상당한 고뇌에 빠진다. 자신의 고뇌를 생각하고 이겨내 보려고 하는 행동과 고통을 회피하고 다시 예전처럼 의존적인 삶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 마주한다. 마음의 공허함으로 흘리는 눈물은 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눈물을 누군가에게 내비치면 성숙한 자아가 탄생한다. 자신의 취약성을 나약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는 모습이 생성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초석이 된다. 인간은 조금씩 나아지며 진보하는 존재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누군가와 나누려는 용기가 없다면 진보하지 못하고 무감정 지대에서 살아간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무감정 지대가 보다 나은 삶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장담컨대 고뇌의 순간을 거치고 마음의 안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겨내야 훨씬 안정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의 공부를 쉬지 않는다. 진보하는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다. 공허한 마음에 흘리는 눈물은 이러한 인간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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