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밈주식까지 급등, 과감해진 베팅, 그리고 고평가"
froth [ frɔːθ ]
1. (특히 액체 위의) 거품 (=foam)
2. 허황된 [실속 없는] 것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해 또 다시 'froth'라는 단어를 꺼냈습니다.
'투자자들이 장기 강세장에서 시장 거품의 징후를 포착했다'는 기사를 통해 "S&P 500이 거의 2년 동안 강세를 보이고 있고 또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일부 수치가 기준을 초과하는 점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근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2배 오르는 건 우습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이 그래프가 많은 걸 설명합니다.
가장 진한 녹색으로 표시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는 올해에만 58% 상승했는데, 1년 실적을 그린 위 그래프에서는 300% 넘게 올랐습니다.
또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비트코인 매입 기업으로 변신한 Strategy(舊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식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최근 약 870억 달러까지 올라갔는데,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밈 주식들이 덩달아 급등한 것도 시장의 과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래프 아래쪽에 있는 옅은 색의 게임스톱(GameStop)이나 블랙베리(BlackBerry)의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모두 90% 이상 폭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자산배분 전략가인 마이클 브레너는 "왜 오르는지 이해하기 힘든 주식들이 있다"라면서 "이런 요소들이 쌓일 때 우리는 이런 것들이 이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모두 과감해졌다
트레이더들의 베팅이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통적인 '매수 뒤 보유' 투자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트레이더들에게 인기가 높은 옵션거래가 늘고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주식 파생상품 청산 기관인 OCC에 따르면, 1월에는 하루 평균 약 5,800만 건의 옵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1973년부터의 데이터 기준 월간 최고 기록입니다.
또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을 넘어 다른 투자 영역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미래 사건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예측 시장 Prediction markets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베팅해 큰 돈을 번 이후 규모가 더 커졌고, 이제는 FOMC 결과나 로스앤젤레스 산불 같은 다양한 사건들에도 베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DraftKings와 FanDuel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 도박에도 돈이 몰리고 있고, 암호화폐 시장에도 여전히 돈이 몰렸습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Morningstar Direct)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에 상장된 현물 비트코인 ETF에 약 170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3. 닷컴 버블 수준에 가까워졌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2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 19배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기록한 26배에 근접했습니다.
물론 고평가됐다고 바로 조정장이 오는 건 아닙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S&P 500 기업들의 이익이 16.7% 증가하는 등 '주가 상승이 지속될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고평가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건 명심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이 금리를 서둘러 인하할 계획이 없다"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경우에도 시장은 언제든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거품이 터질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쪽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징후들은 차고 넘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