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람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람의 세계는 누구나 다르다. 살아온 환경, 헤쳐온 고난과 역경, 어떤 것을 대할 때의 생각. 똑같은 걸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겪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모든 사람은 고유의 세계를 지닌다.
말은 다른 세계와의 소통 창구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왜 그 단어를 썼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두 그 사람의 고유색이다. 예를 들어 "걱정 인형"이라는 단어가 있다. 다가올 미래 또는 현재에 불안을 느끼는 걱정,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부정적인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인형이란 단어를 붙인 듯하다. 이 말 자체가 그 사람의 세계를 보여준다.
걱정과 인형은 자연스레 이어지는 단어는 아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추상적인 개념이다. 작은 강아지가 포식자를 만날 때 무서우면서도 더 크게 짖고 으르렁되는 모습이 연상된다. 자신의 감정을 다른 이미지로 덮어버리는 것. 부정적일 수 있는 부분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것. 약점을 감추려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것. 이런 유형이 아닐까.
인형은 사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바비인형처럼 되고 싶어, 건담처럼 멋져지고 싶어' 굳이 걱정이란 수식어를 붙인 건 "걱정 많으니 질문 많아도 너가 이해해 줘" 또는 "걱정 많으니 나 좀 잘 챙겨줘"와 같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