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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유랑인 은

by 유빈

여기, 뱃고동 소리 주변엔

내가 있었다.


습하디 습한 안개들 주변에도

내가 있었다.


비틀대어 돌아가는 삶 속 마디에

내가 존재한다.


뱃가죽이 등에 붙을 정도로

허기 진 나날들을 보내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당신들은 헤아려주셨고,


콩 한쪽도 마다하지 않고 건네주었던 ,

따뜻함을 선물해 준 그대들은,


어찌 이리도 나를 챙겨주십니까,

나는 그대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저 잘 살아다오. “


“떠돌다 정착한 곳이 너의 고향이 되길 바라마. “


“젊은 나그네여, 만나서 반가웠네,“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은혜는 항상 제게 빚이 된 것 같거든요.


현실이 생각보다 따뜻할 수도 있겠다며

유랑자는 희망을 가졌다.


해무에 덮인 수면은

강하게 찾아온 새벽여명에 걷어진다.


운치 있구나, 모든 나날들아,

나는 매일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단다.


아침 이슬들은 기쁜 햇살을 맞이한다.

비에 젖어 축축한 땅내들을 맡으며


떠돌다 , 다시 떠돌아, 다시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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