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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12. 2020

낯선 거리를 걷고픈 시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곳에서 산책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켜고, 작년 가을 대만 어느 거리를 걸을 때 애인이 찍어준 사진을 올리고, 저렇게 적었다. "여행 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뭐해?"가 "보고 싶다"의 다른 말이듯이. 거리두기가 완화될 거라 예상하고 잡아둔 약속이 많았는데, 이번 달 들어 모두 취소했다. "뭐해?"라고 묻고픈 친구들도 너무 많은 요즘이다.


확진자가 끊임없이 급증하는 이 답답한 코로나 시대에, 나의 저 푸념 섞인 바람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많은지 빠르게 하트가 늘었다.


"한 번도 못 걸어본 길 걸어보게 해 줄게, 넘어와"


작업실을 서울의 어느 산 근처로 옮긴 친한 지인의 댓글이었다. 그래, 꼭 해외가 아니어도 서울에도 아직 못 가본 길이 많겠지 참.


사진 속 이 곳은 대만 시먼딩이다. 몇 년 전, 엄마랑 대만에 갔을 때도 시먼딩에 들렀는데 저 구역은 처음이었다. 같은 곳에 갔는데도 엄마와 갈 때와 애인과 갈 때, 다른 거리를 걸었다. 시먼딩에서...엄마와는 어느 카페에서 소금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오후의 여행 계획도 짰고, 애인과는 레인보우 스트릿을 걸으며 퀴어에 대해 얘기했고 기념 엽서를 구입했다. 갑자기 비가 내려 비닐우산도 샀다. 갔던 여행지라도 또 가서 그 당시에는 못 가본 거리를 걷고 싶다.


낯섦만이 선사하는 자극이 있다.

그 자극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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