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
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파스타와 떡볶이를 섞은 퓨전 요리를 팔던 곳
이었는데 꽤 인기가 많아서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였
다. 오랜만에 지나치게 된 그곳은 이미 다른 음식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매출도 꽤 좋았고
메뉴도 나름대로 썩 괜찮았기 때문에 내가 근무할 때만 해도 직원들 사
이에서 분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었다.
나는 매장의 오픈을 담당하는 유일한 오픈조였다. 아침 일찍 출근
해서 들어온 재료를 정리하고 손질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귀에 못이 박
히도록 들어온 선입선출의 원칙에 따라 반 조리된 야끼만두와 프렌치프
라이 봉지를 냉동고 안쪽에 밀어 넣었다. 파마산 치즈, 후추, 소금, 모짜
렐라 치즈 등도 각각 제자리에 놓았다. 냄비에 물을 받아 파스타 면을 삶
는 타이머를 15분에 맞추고 기다리는 동안 떡볶이 소스를 물에 풀어놓았
고 떡볶이에 들어갈 떡을 씻었다. 튀김에 들어갈 미나리며 고구마, 양파
같은 것을 손질해서 잘게 써는 것도 내 일이었다.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조리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주방의 상태가 무르익으면 다른 직원들이
출근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튀김 담당이었지만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 그
런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나는 튀김을 튀기다가 설거지를 하고 새
로운 재료를 손질하고 빈 통을 조미료로 채워 넣고 떡볶이와 리조또를
만들었다.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는 일들이었다.
반면에 아무리 반복하고 학습해도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내게는 이별이다. 어느 날 메인 셰프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애
인과 차이나타운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도 다른 직원이 손가락 부상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 가자 두 말 없이 달려 나올 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
이었다.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했는데도
다음 날에 출근해서는 업소용 식용유 통에 무슨 장군처럼 허리를 꼿꼿하
게 세우고 앉아 테이블에 놓인 밥을 근엄하게도 떠먹던 그였다. 그는 친
척이 경영하는 무역회사에 들어갈 거라고 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갔을 때 면접을 봤던 이도, 튀김
업무를 배정해준 이도, 그밖의 일들도 겸해 가르쳐준 이도 그였다. 매장
에 손님들이 너무나 많이 오는 바람에 정수기 물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도 급하게 공수한 생수병을 기다리는 사이 내가 갈증을 느끼자 다른 직
원들이 안 보는 틈에 슬쩍 파스타 재료로 쓰는 우유를 내민 이도 그였다.
그런 그가 그만둔다니 나는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잘 지내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 말고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일들은 그 뒤로도 계속 찾아왔다. 나와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
던 홀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두었고 주방 직원도 바뀌었다. 누구는 학교에
복학했고 누구는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마땅한 계획이 없지만 그냥 그
만두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아침 일찍 나와서 오픈을 하
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이제 아르바이트 말고 일이 필요해졌다. 그다음 타자는 나였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떠나는 걸 거듭 목격하면서 나는 내가 일종의
버스 같은 곳에 탑승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수시로
태우고 내려주면서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가는 길이 먼 사람
도, 가까운 사람도 있고 매번 환승을 하는 사람도, 갈아타지 않고 한 큐
에 쭈욱 가는 사람도 있다. 진작에 내렸어야 하는데 넋 놓고 있다가 한참
을 가버리는 사람도 그 속에는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프
랜차이즈 레스토랑 자신도 때가 되자 시간이라는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
던 것이다.
실은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버스가 된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그들과 맺은 감정과 기억도 자신의 차례가 되면 버스에서
내린다. 새로운 사람들은 어김없이 버스에 탑승하지만 나는 이따금씩 내
옆에 한 시절 머물다 간 사람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버스는 오늘도 복작
거리면서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왜 나는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먼저 내린 사람들의 안부가 그토록 궁금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