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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Jun 20. 2020

또 기억하기 위해 적습니다.

셜록처럼, 기억의 궁전 만들기.

응답하라! 5년 전 내 기억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20년 6월 20일입니다. 혹시 5년 전인 2015년 6월 20일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나요? 잘 한번 생각해보세요. 기억력이 좋다면 조금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혹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항상 함께하는 휴대폰의 도움을 받아보자고요. 일단 메모장 검색을 해 볼게요. 아... 5년 전 메모는 벌써 몇 년 전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날아갔네요. 그때 찍어둔 사진은요? 아! 몇 장 찾기는 했는데, 이게 정확히 6월 20일에 찍은 건 아니네요. 그날 정말 중요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지난주 글 <잊기 위해 적습니다>에서는 생각을 적어서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마법 같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10년, 5년 전의 기억을 되살릴 수는 없고, 과거에 플래너나 메모에 글을 적어둔 분들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오늘의 중요한 기억들을 적어서 5년 후에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요.


셜록처럼, '기억의 궁전' 만들기


혹시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셨나요?     

저는 영국 여행을 가던 비행기에서 우연히 <셜록> 시즌 1을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좋아하던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과 세련된 영상미 그리고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국식 영어도 매력적이죠. 중간중간 배경으로 나오는 영국의 모습도 여행의 욕구를 북돋습니다.

     

<셜록> 시즌3의 세 번째 에피소드는 ‘마지막 서약’입니다. 평소에 셜록도 자신의 '기억의 궁전'에서 중요한 단서들을 많이 생각해 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셜록보다 더 기억의 궁전을 잘 활용하는 악당인 매그너슨을 만납니다. 거대한 도서관 수준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셜록
매그너슨


조금만 드라마 이야기를 더 하자면, ‘마지막 서약’편에 나오는 매그너슨은 상대편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결점을 분석해 냅니다. 처음에는 구글 글래스처럼 안경 안에 상대방의 정보를 분석하는 첨단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안경과 첨단기기가 아닌 자기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의 궁전’에서 자료들을 찾아내죠.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셜록처럼 머릿속의 기억들을 되살려보려고 시도해 보았어요. 노력하면 실제로 일부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의 궁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실수연발 건망증 투성이는 어떻게 기억력 천재가 됐을까?>라는 조신영 작가님의 책에서도 기억의 궁전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집니다.     

컴퓨터에게 하드디스크라는 저장소가 있다면, 인간에겐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저장소가 있다. 기억저장소란 말 그대로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을 뜻한다. 두뇌의 특성상 기억저장소에 주로 저장되는 데이터는 이미지와 소리 등을 비롯한 감각정보인데, 이를 심상이라고 한다. 즉 구체화시킨 이미지나 영상화 기법을 통해 만든 장면을 기억저장소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억저장소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1.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 시각정보

2. 포인트 간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

  → 고유의 특징과 기능을 갖고 있는 하나의 개체여야 한다.

3. 순서와 위치 감이 확실해야 한다.

  → 순서와 위치 감이 있어야만 저장할 때 순서 그대로 똑같이 떠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많은 기억들을 ‘기억의 궁전’에 저장하더라도 다시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플래너나 메모장에 중요한 일들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기록들이 ‘기억저장소’에 들어가는 ‘골든키’가 될 테니까요.

     

기억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나만의 골든키를 가져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월간 플래너가 '색인=골든키' 기능을 한다


처음에 플래너를 쓰기 시작할 때는 비싼 메모장으로 활용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는데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5만원이 넘는 플래너에 정말 간단한 메모들만 했어요. 혹은 메모를 안 했던 날들도 많네요. 직접 한번 보세요. 제가 초반에 쓰던 플래너의 6월 월간 기록입니다.

2007년 6월, 비싼 메모장으로 쓰던 나의 프랭클린 플래너

대부분의 플래너나 다이어리는 연간, 월간, 일일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위클리 컴퍼스라고 하는 주간 일정을 계획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매일매일을 적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월간 플래너를 잘 적는 것입니다. 세부적인 작성법은 나중에 '플래너 쓰는 방법' 부분에서 자세히 적을 예정입니다. 지금은 월간 플래너 작성을 통해 어떻게 사라지는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도서검색을 통해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월간 플래너 부분을 잘 작성해 놓으면 이것만으로 도서관처럼 나만의 '색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6월 20일에 '글쓰기'에 대한 일기를 적었다면 월간 플래너 6월 20일 칸에 '일기 : 글쓰기'라고 적어 놓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일상적인 생각들도 다른 칸을 사용해서 적어놓으면 좋습니다.


하루에 6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칸에는 "나의 이야기", 두 번째 칸에는 "가족 이야기", 세 번째 칸에는 "업무 이야기" 이런 식으로 기억을 플래너에 저장합니다. 몇 년이 지나서 어떤 날의 기억을 다시 생각하려고 할 때 간단히 월간 플래너 부분만 보면 잊었던 기억들이 마법처럼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변화의 기록들을 간단히 사진으로 보시죠. 2007년에는 한 달에 6~7일 정도, 2011년에는 12일 정도, 2016년에는 거의 모든 날들에 기록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네요. 이 방법 적극! 추천드립니다.

2011년 6월, 나의 프랭클린 플래너
2016년 6월, 나의 프랭클린 플래너

모든 기억을 기억하는 것은 불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을 잊어버리는 것 또한 불행한 일이죠. 기억의 궁전을 어떻게 구축하는지는 스스로의 몫입니다. 저는 행복했던 기억들과 성장의 기록들을 적고 있습니다. 다음 주엔 플래너(메모)를 쓰는 방법(나만의 꿀팁)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부적인 작성방법은 다시 다룰 예정이니, 이번에는 간단한 소개만 하겠습니다.

<월간 플래너 적는 법>     

1. 매달 1일 그 달에 예정되어 있는 행사나 업무계획을 먼저 적습니다.(일정이 변할 수 있으니 연필로)

2. 개인 중요 행사를 적습니다.(변하지 않는 계획은 파란색)

3. 다음날 바로 전 날 실제로 한 개인/업무에 대한 내용을 적습니다.(검은색)

4.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적습니다. 주로 날짜 계산 그리고 수행 여부(O, X)

5. 마지막으로 매일 일기를 쓰고 그 제목을 적습니다.


* 셜록 사진 출처 : https://www.bbc.co.uk/ 셜록 홈페이지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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