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를 쓰는 이유, 내 머릿속의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일.
오늘도 알람을 몇 번 끄고 잠을 청하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겨우 일어납니다. 여전히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 준비를 합니다.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약간의 스타일링 후 옷을 입고 바쁘게 집을 나섭니다. 물론 아침을 먹을 여유는 없죠. 허겁지겁 지하철에 올라탑니다.
마침 자리가 있네요. "아싸! 운이 좋은 하루인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잠시 보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감아봅니다. 그렇다고 피곤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바쁘게 걸음을 옮겨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이제 출근했을 뿐인데 왜 벌써 퇴근하고 싶을까요? 이제 무엇을 해 볼까요?
우선 커피 한잔하면서 옆자리의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게시판을 확인하고 메일이나 문서를 빠르게 확인합니다. 확인하다 보니 오늘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네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잊기 전에 바로 처리합니다.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전 회의 하나를 참석했습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네요. 자! 맛있는 점심 드시러 가시죠.
여기서 잠깐만 생각해보세요. 무언가를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알 수 없는 불안감,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나요.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지력은 신체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의지력을 휴대폰 배터리에 비유하자면, 아침에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의지력 배터리가 100% 충전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이때는 집중력도 높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사소한 문제들도 웃고 넘길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력 배터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어느 정도의 의지력 배터리가 남아있을까요? 의지력 배터리가 줄어듬과 동시에 짜증 배터리는 높아져 갑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 예산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당신의 내수용 신경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면서 이런저런 예측을 내놓아 신체 예산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며,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신의 정동적 느낌(쾌감, 불쾌감, 평온)이 생겨난다.”라고 말합니다.
무려 20년도 전에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을 썼습니다. 저는 10년 전쯤에 읽어보았는데,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라는 3번째 습관이었습니다.
스티븐 코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효과적 관리란 소중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인데 비해 관리란 이 소중한 것들을 항상 우선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즉 관리란 가장 소중한 것을 실제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자기 훈련 또는 버릇 들이기인 것이다.(207쪽)
그리고 지난주에 읽은 <루틴의 힘>에서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제임스 빅토르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곤란한 점은 우리가 '긴급함'과 '중요함'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모든 일이 긴급한 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소위 '긴급'하지만 사소한 일이, '중요'한 일보다 먼저 처리되기 훨씬 쉽다. 그러나 중요한 일보다 긴급한 일을 우선시하면 결국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일을 고르게 되고 만다. 매번 새로운 이메일이 올 때마다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미품에도 이리저리 나부끼게 된다.
그렇다면 '긴급함'과 '중요함'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표를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긴급성'과 '중요성'입니다.
긴급한 일은 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입니다. 반면 '중요성'은 결과와 관계됩니다. 우리의 사명, 가치관,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에 기여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시간관리 메트릭스를 보면, 커피를 마시는 일, 메일을 확인하는 일은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긴급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일이네요.
그래서 스티븐 코비는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3, 4사분면에 대한 시간 투입을 줄이고, 2사분면에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1 사분면에 있는 긴급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먼저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매일 아침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플래너에 적습니다. 그리고 자기만의 삶의 우선순위를 세워봅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에서는 ABC로 구분하는데, 이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대로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적다 보면 내 삶에서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플래너 쓰는 법'에서 다시 다루어보겠습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머릿속의 생각들을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지력 배터리가 가득한 오전 시간에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플래너를 쓰면서 머릿속의 복잡함이 단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걱정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쓸데없는 생각과 불안들을 계속 떠올리며 의지력 배터리를 소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적어둔 대로만 따라서 하루를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