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13 난동 부리는 외부인

by 들숨날숨
난동 부리는 외부인


면접관들의 시선은 한 곳에 모였고, 그들은 비로소 흥밋거리를 찾은 모양이었다.


그가 입은 검은색 기본 정장이 남들과 다를 게 없었기에 남들과 달랐다.


잘생김을 넘어선 아름다움에 감탄스러워하거나, 흥미로워하거나, 경외하는 얼굴들 사이에서, 나 혼자 다른 극단에 서 있었다.


다른 의미로 믿을 수 없었고, 혼란스러웠다. 배꼽을 회전축 삼아 장기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귓속에 흘러 들어오는 준이의 학회 경험과 외국어 능력, 그 외 각종 스펙은 전부 내가 아는 준이와 동일했다.


준이가 맞았다. 나는 다소 얼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밤낮 없던 면접 준비 덕에 기계적으로라도 흘러갈 수 있었다.




물론 아무런 감흥이 없던 면접관들의 눈 또한 기계적으로 이를 파악해낼 수 있었다.

“만약 하영 님은 일이 안 맞는 경우에 어떻게 하실 건가요?”


“우선 제가 그 일을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 노력해볼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방식으로 그 일을 접근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일을 해나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년간의 팬덤 경험으로 이 글로벌 마케팅 직무가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싫어하는 데도 이유 없을 거라 했던 준이의 말이 귀에 스쳐 지나갔다.


부디 그런 게 아니기를 바랐다.


“만약에 그렇게 했는데도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요?”

질문은 꼬리를 이어버렸고, 노력, 협력, 대화 등과 같은 아름답고 뻔한 말들로 말을 메꿔 나갔지만

모두의 눈동자는 허공에서 거절하고 있었다.


그렇게 크게 없던 기대마저 져버린 나와 달리, 준이는 데뷔 무대를 하고 있었다.

모두 준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준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에 맞게 준이는 또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 공통 질문입니다. 시도해보고 싶은 글로벌 마케팅 방안에 대해 차례대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일하게 자신 있으려던 찰나였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한국문화 학습 굿즈 마케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열림 엔터 소속 그룹 락인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조금이라도 더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올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이 멤버들의 손글씨체로 만들어진 폰트로 채팅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또 멤버들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 봇과 함께 한국어를 듣고 말할 수 있다면요?


이러한 긍정적인 팬덤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팬들은 높은 충성도로 더욱더 오래 팬덤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IT 기술을 활용한 학습 굿즈가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준비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깔끔했고, 조금 더 구체적이었으며, 조금 더 설득적이었다.

나의 것이었지만 온전히 준이의 것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면접관들의 호감이 듬뿍 담긴 미소와 함께 준이의 데뷔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미소를 깨고 준이의 멱살을 잡을 수도, 뺨을 때릴 수도, 욕을 할 수도 없었다.


열등감이 폭발해서 스타에게 난동 부리는 외부인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대신 할 수 있는 말들을 떠올려보았으나, 차례가 다가올수록 마지막 사람에게 남는 소재는 떨어져만 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영 씨 말씀해보세요.”


휘슬이 울렸고, 입은 정처 없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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