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14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돈으로

by 들숨날숨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돈으로.

“글로벌 마케팅 방안을 여쭤보셨는데, 글로벌 팬들도 국내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팬덤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는 팬은 팬이라는 겁니다. 팬들은 별 다른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게 사랑이니깐요.


그렇다면 이 사랑에 소속사와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똑같이 사랑? 솔직히 어렵다고 봅니다.


너무나도 많은, 그것도 불특정의 사람들이 아티스트를 사랑하기에, 그 희소성도 떨어지는 사랑이 잘 와닿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건 팬들도 다 압니다. 그럼 다시 생각해보죠.


그 사랑에 소속사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철저하게 돈으로, 계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명시적으로, 돈으로 생각하자는 겁니다.


매일매일 팬 하나하나가 옷을 입혀 주고,

머리를 만져주고,

조명을 받게 해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면,

그렇게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라이브 방송 약속을 갑자기 파투 내지는 않겠죠.

다른 스케줄이 잡혀도요.


팬들, 아니 어느 누구보다 중요한 금전적 후원자들이니까요.


거기에다가 자막이라도 넣어주면 너무 좋아할 겁니다.


가끔 고맙다고, 거기에 있는 거 다 안다고 말해주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진심이 안 느껴져도 됩니다. 되려 피곤한가 보다 걱정하는 게 팬이니깐요.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요약하자면 어떤 부가적인 마케팅 방안보다 글로벌 팬들이 국내 팬과 동일하게,


그저 사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약속은 지키면서 기본적인 자막 서비스만 확충해줘도 좋아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또 쉬울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면접장을 나와서야 정신이 차려졌다. 요약을 했지만 사실상 요지가 없던 말이다.


논리적이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하지도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고 말을 한 게 아니니까.


입을 벙긋거리던 기계가 오류가 났는지 입력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고 완전하게 망가졌달까.


제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던 기계는 고장이 나고서야 깨달았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 괜찮다는 주문에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사이 그 주문에 이끌려 혼자 마음 구석을 비집고 들어왔던 기대는 계속 쌓여만 온 것이다.


있는 줄도 몰랐던 기대는 번번이 엇나가고 나서야 그 존재가 느껴졌고, 좀 많이 아팠다.


그리고 누군가 손목을 잡아채서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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