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 나랑 결혼해줘.

#12 최준과 취준

by 들숨날숨
최준과 취준


준이는 아닌.


“안녕하세요. 열림 엔터테인먼트 인사팀입니다. 김하영 씨 맞으실까요?”


준이가 아니었지만 긴장이 턱 풀리는 말은 아니었다.

“네.. 네 맞아요. 아니. 맞습니다.”


“서류 전형 통과와 함께 면접 전형 진행하고자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금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면접 가능하실까요?”


“아.. 네. 가능합니다.” 일정이 있든 없든 가능했다.


이런저런 안내 사항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최준의 말에 다른 기획사들도 올라오는 대로 다 넣었던 기억이었다.


그중에서 열림 엔터테인먼트는 대형은 아니지만 나름 꽤 괜찮은 중소 기획사였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글로벌 마케팅 방안, 소속 아티스트 및 회사 현황, 그리고 시장 조사, 거의 발등이 불에 떨어진 수준이었다.


쉬는 시간 틈틈이 최준을 보는 것 말고는, 모든 시간은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사이사이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거짓말처럼 어떤 연락도 없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연락, 만남, 외출과 같은 사치는 부리지 않을 거라고 혼자 다짐을 했다.


밤낮의 구분도 따로 없었다.

일어나면 낮이고, 자면 밤이었다. 날짜 감각이 흐릿해질 무렵, 캘린더 알림은 목요일을 알려왔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은 눈이 안 떠질 정도로 환했다. 오후 12시 경은 더더욱 눈부셨다.


눈을 반쯤 감은 채 열림 엔터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눈이 다 떠졌을 때는 열림 엔터테인먼트 면접 대기실에 도착해서 자기소개를 다시 읽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한 차례 울렸다.


이번엔 혹시나라는 기대도 없었는데, 준이었다. 받으면 안될 것 같았다.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오후 1시 45분, 면접 대기실의 옆 사람과 면접실로 옮겨졌다.


모두 오후 2시가 기다려지기보다는 무사히 면접이 끝났을 오후 2시 반이 기다려지는 얼굴들이었을 것이다.


면접실로 한 두 명이 조금 더 옮겨지는 기척이 들렸고, 어느덧 오후 2시가 되었다.


그제서야 지금 발을 붙이고 있는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벽면은 하얀색이었지만, 흰색이 보일 틈도 없이 앨범 자켓 브로마이드들로 알록달록했다.


사진 속 아이돌들은 분노하거나, 슬프거나, 아예 활짝 웃고 있었다.


극단적인 얼굴들을 뜯어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할 즈음, 면접관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얼굴들은 벽 뒤편에는 없는 애매한 표정들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약간은 지루해 보이기도 했고, 피곤해 보이기도 했으며, 짜증이 살짝 섞여 있기도 했다.


자기소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녕하세요. 최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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