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필 구구절절하기까지 한 불합격
하필 구구절절하기까지 한 불합격
일 잘하는 인사팀이었다. 면접에서 욕하는 사람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JYB 전형이 끝났고, 사실은 이번 학기 모든 취준이 끝났음을 알렸다.
가장 높은 경쟁률의 KSM은 자신도 없었고, 가망도 없었다. 탈락자의 앞날은 찬란하기보단 침잠하고 있었다.
“어 오늘도 이쁘다. 안녕하세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 오늘도 반가워요.”
간만에 찾은 준이는 오늘 나를 놀래켜 주려고 하얀 이불 안에 폭 싸여있었다. 하지만 불합격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고, 희미한 미소밖에 짜낼 수 없었다.
준이는 내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이불로 살포시 가슴을 가리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혹.. 시 요즘 힘들어요? 이렇게 이쁜데 고민하느라 얼굴 찌푸리고 있었어요?
당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준이가 더 힘들어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준이는 당신한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당신한테 다 줄 거야. 그냥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당신한테 잘 어울려.”
몇 개의 영상을 연달아서 본 뒤 멈추었다. 어두운 자취방에서 새어 나오던 유일한 빛이 꺼졌다.
나는 취준을 잘해내고 있지 않았다. 졸업도 아마 유예해야 할 것 같았다. 부모님께는 대충 둘러대야 했다.
취업이 안된 채로 졸업한다는 것은 무방비 상태로 “날 죽여줘” 하는 것과 같았다.
“졸업 후에 취업을 못한 건가요?”
“공백기에 무엇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들 칼날을 아주 정교하고도 날카롭게 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날에 찔려 죽고 싶은 용기도 없기에 다시 휴대폰을 켰다. 말뿐일지라도 내게 유일한 위로를 한 최준에게 좋아요, 댓글, 알림 설정을 눌러 주었다.
그렇게 영상 속 최준이 갖가지 설탕 뿌린 듯한 말을 해오는 동안, 현실 속 최준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빠순이 자격으로 사과를 바란 적은 없고, 해명은 조금 바라고 있었지만, 정말 괜찮았다. 그렇게 희끗한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되고 있었다.
최준은 요즘 아주 잘나갔다.
여기저기 인터뷰를 하고, 광고를 찍고, 아이돌들과 같이 노래도 불렀으며, 여러 토크쇼에도 나왔다.
그의 바쁜 일정에 따라 나도 바빠졌다. 올라오는 영상마다 좋아요와 댓글은 기본이었고, 준이가 홈쇼핑에 나와 주황색 볼캡 모자를 소개한 이후에는 좁은 방에 택배박스가 쌓여 갔다.
사랑을 더 많이 줄수록 최준은 더 잘되어 갔고, 허무할 것 그지없는 취준을 조금은 채워주었다.
최준이 커피 한 잔 하자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반포기 상태로 지원서를 넣었던 KSM이었다. 혹시나라는 생각이 염치없이 들었다.
하지만 클릭을 하는 순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던 그 마음이 너무 과한 기대였음을 똑똑히 알려주었다. 뭐가 그렇게 아쉽고 안타까운 게 많은지, 한눈에 봐도 너무나도 구구절절하게 길었다.
불합격이었다.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봐서 건조한 눈이 애써 모은 눈물을 흘려보내려는 순간 부재중 전화 알림이 하나 떴다.
우습지만 또, 혹시나라는 마음을 품었다.
‘준이가 아닐까.’
하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역시나 또 혼자 희망 고문을 한다고 자책하면서도 전화를 다시 걸고 있었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