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미안,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미안,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공연장에서 티켓을 사려고 기다리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새치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명랑한 목소리로 어이 없는 질문을 물었다.
하지만 답해야만 했고, 종이에 키워드를 휘갈겼다.
죄송. 뒤로 가세요. 몇 시간 째 기다림.
준비 시간이 다 되었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저기 죄송하지만 뒤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저 포함 많은 팬들이 몇 시간 동안 티켓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같이 공연을 즐겼으면 합니다. 아 씨발.”
종료되었다.
갑자기 노트북 업데이트 알림이 떠서 [나중에 하기]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다.
외부 버튼을 누르자 면접 창에서 경고가 떴고, 순간적으로 속삭여버렸다 씨발을.
그렇게 나의 AI 면접이 끝났다. 다시 면접창을 켰지만 이미 그 질문은 욕을 담은 채 홀연히 사라져버렸고,
다음 질문들로 넘어갔다.
그렇게 씨발을 담고 AI 면접은 떠나갔다.
종종 나는 씨발을 한 것에 씨발을 더하면서 자조했다.
종종 희망의 동물로서 혹시나 녹음에 안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3일 정도 지났을까, 인사팀에서 메일이 왔다.
‘안타깝게도 이번 채용 과정에서는 귀하를 다음 전형으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귀하께서 할애해 주신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잘 알고 있기에,
이 메일을 받고 실망하실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비록 귀하를 다음 전형으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지만,
귀하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금번 자사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추후 재지원에 대한 불이익은 절대 없음을 약속드리며,
보다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귀하의 앞날에 찬란하고, 밝은 미래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지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미안.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라는 말은 참 많이도 변주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