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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Dec 14. 2023

다시 빡트, 내가 원하는 건 결국

내가 원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일까. 자신을 컨트롤하고자 하는 근대인의 욕망에 사로잡힌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현대인의 고질병 도파민 중독인가. 두통이 사라지고 고막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니 슬슬 5미터 풀장이 시시해졌다. 5미터 풀장에서 할 건 이제 없을 거라던 평가관의 말이 떠올랐다. 담금질이 필요했다. 그래서 결국 몰차노브 트레이닝(빡센 트레이닝)을 다시 신청했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멈춘 채로(full lung) 스트레칭을 한다. 팔을 뻗은 다음 양팔을 번갈아가며 쭉 늘여준다. 물론 숨을 참아야 한다. 1분 이상 유지한다. 회복호흡을 한다. 가부좌 혹은 반가부좌 상태에서 한쪽 팔은 땅을 짚고 (손이 아니라 팔이다) 다른 쪽 팔은 반달 모양으로 구부린 상태에서 겨드랑이에서 허리까지 쭉 늘려준다. 물론 숨을 참아야 한다. 1분 이상 유지한다. 양팔을 번갈아 한다. 가부좌 혹은 반가부좌 상태에서 한쪽 손으로 엉덩이 뒤쪽을 짚고 다른 손은 무릎을 밀듯 자세 잡는다. 물론 숨은 참아야 한다. 1분 이상 유지한다. 양쪽을 번갈아 한다. 모든 동작의 시작은 최종호흡이고 끝은 회복호흡이다.


팔 벌려 뛰기를 한다. 풀렁 상태에서 숨을 참은 채로 1회 실시한다. 한 호흡으로 길게 뱉고 단 한 번 길게 마신다. 숨을 참은 채로 2회 실시한다. 다시 길게 뱉고(절대로 나눠서 뱉으면 안 된다) 단 한 번 길게 마신다.(절대로 나눠서 마시면 안 된다) 숨을 참은 채로 3회 실시한다. 같은 방법으로 4회, 5회, 6회.... 나는 8회까지 성공했다. 여덟 번을 뛰고 나서 한 번 뱉으면 길게 마시는 게 힘들다. 릴랙스가 깨지면 최종호흡에 여지없이 실패한다.


다리를 45도 정도 든 상태에서 발차기를 한다.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로 차야 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숨을 참은 채로 찬다. (죽을 것 같다) 머리를 땅에 대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눈으로 발을 봐야 한다. (죽을 것 같다) 발차기를 할 기운이 없으면 다리를 든 채로 무호흡 상태를 유지한다.(죽을 것 같다) 나는 1분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30초씩 3세트를 한다. 


2분 동안 릴랙스 한다. 최종호흡을 하고 2분 5초 동안 숨을 참는다. 회복 호흡을 한다. 다시 1분 45초 동안 릴랙스 한다. 최종호흡을 하고 2분 5초 동안 숨을 참는다. 회복 호흡을 한다. 다시 1분 30초 동안 릴랙스 한다. 최종호흡을 하고 2분 5초 동안 숨을 참는다. 회복 호흡을 한다. 릴랙스 시간을 15초씩 줄인다. 숨 참는 시간은 그대로 2분 5초다. 릴랙스 시간이 15초가 될 때까지 8번 반복한다. 이름하여 Co2테이블. 폐가 요동치고 꿀렁대는 것을 지켜보고 환대하는 것이 목표다. (죽을 것 같다)   


위에 나열한 네 가지가 매일매일 해야 할 드라이 트레이닝이다. 물론 몰차노브 트레이닝이 있는 날, 풀장에서도 입수 전에 드라이 트레이닝을 한다. 하지만 집에서 매일 반복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폐를 '늘려'줘야 호흡이 터진다. 나는 아직 폐가 꿀렁대는 걸 환대하는 거룩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컨트랙션(폐의 수축)이 피할 수 없는 무엇임은 안다.


입수하면 주야장천 25미터 풀장을 돈다. 일단은 스노클을 물고 왕복한다. 이번 달엔 스트림 자세를 새로 배웠다. 팔을 쭉 뻗고 두 손을 겹친 다음 위에 올린 손 엄지손가락으로 아래손을 감싸듯이 잡는다. 팔 사이에 머리를 박는다. 양쪽 팔이 머리를 쪼이는 느낌보다는 손끝을 앞으로 쭉 뻗는 느낌이 좋다. 피닝은 빠르고 짧게. 손을 살짝 물 밖으로 빼야 핀이 물에 잠긴다. 시소 원리와 같다. 핀이 물에 잠겼을 때 피닝이 수월한 것은 당연하다. 턱은 당기고 시선은 바로 밑이 아니라 1미터쯤 전방을 본다. 25미터 풀을 못해도 스무 번 왕복한다. 물에서 땀이 난다.


나의 다이내믹 앱니아(무호흡 상태에서 수평으로 수영하는 것) 최고기록은 47미터였다. 12월 몰차노브 트레이닝 2회 차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늘 턴 동작에서 산소를 많이 소비했더랬다. 턴 동작을 수정하고 나니 릴랙스가 유지됐다. 25미터 풀장 왕복에 성공, 다음엔 50미터에서 턴을 하고 조금 더 가볼 수도 있을 것 같다.


PB(Personal Best)를 깼다고 트레이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이내믹 테이블이 남았다. 방법은 Co2테이블과 유사하다. 2분 릴랙스 후 최종호흡을 하고 25미터를 무호흡으로 주행한다. 1분 45초 릴랙스 후 최종호흡을 하고 25미터 무호흡 주행을 한다. 1분 30초 릴랙스 후 최종호흡을 하고 25미터 무호흡 주행을 한다. 5번 왕복을 해야 집에 보내준다. 


몰차노브 트레이닝을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건다. 나는 늘 마그네슘제를 넣은 물과 따뜻한 차를 준비해 간다. 500리터 물을 한 호흡에 마셔 버린다. 스트레칭의 효과라고 우긴다.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에는 솔직히 욕이 나온다. 한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상쾌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누린다. 왕복 세 시간 운전을 하고 운전을 한 시간만큼 트레이닝을 한다. 집에 도착하면 지리산 자락은 깊은 어둠에 몸을 누인 지 오래다.


오늘은 프리폴(free fall)을 배웠다. 레벨 3 과정이라 선행학습하면 안 된다면서도 평가관님이 가르쳐줬다. 이제 수심 타기 전에 풀렁으로 호흡하지 않고 일상호흡 후 숨을 뱉은 다음 이퀄하고 덕다이빙 후 피닝 없이 스트록만으로 수심을 탄다. 풀렁일 때는 피닝 없인 안 내려가더니만 폐를 비우니 잘도 내려간다. 당연한 이치다. 부력이 없어지니 말이다. 


레벨 3는 바다에서, 처음 프다의 세계로 인도해 준 제주 바다에서 딸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니 빡센 트레이닝으로 담금질을 계속하련다. 나는 아무래도 펀다보다는 프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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