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1.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이직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

by 벨라홍

이 회사에 오기 전부터 쭉 가고 싶었던 회사로 이직할 기회가 왔다.

이 회사에 오기 전 지원했을 때는 '항암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면접 기회도 얻지 못했지만 왜 인지 모르지만 면접 기회를 줬다. (아마도 큰 변화의 물결을 앞두고 좋은 지원자가 없었기에 항암제 경력이 없는 나를 모험 삼아 면접을 봐 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예전 헤드헌터의 말대로 내가 미국계에 있으면서 일본계 회사 물을 덜어내서 보기로 한 것일 수도...)

어쨌든 주어진 면접 기회에 나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고 최종 입사가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면접 자체는 나보다 더 잘 볼 수는 없다! 는 생각을 했고 결과를 기다리며 가슴이 매일 두근두근 거렸다.


업계 관행상 새로운 회사에서는 고용을 확정 짓기 전에 전 직장 동료들에게 나에 대한 reference를 체크하곤 한다.

당연히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는 reference 체크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내가 아직 이직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괜히 회사에 소문이 나면 곤란하니까.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그 전무님이 조용히 나를 방으로 부르는 거였다.

"홍대리, 잠깐 와봐."

'읭? 왜 나를 부르지?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니면 급하게 뭘 시키려고 하시나...?'

하지만 속으로는 찔렸다. 이직 면접을 보고 다녔으니까. 그래도 설마 알았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알고 보니, reference 체크를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의 어떤 직원분한테 비공식적 루트로 한 거였다.

공식적인 reference 체크는 내가 제공한 전 회사 직원들한테 해놓고 말이다.


"홍대리, XX로 이직한다면서?"

전무님이 다짜고짜 물었다.


그 당시에는 나는 면접 절차는 다 마무리했지만 아직 XX회사와의 고용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이었다.

심지어 연봉에 대해 협상하기도 전이었는데!

"아.. 어버버.."

내가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으니 전무님이 먼저 입을 떼셨다.

"그래, 어차피 홍대리가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연봉을 어느 정도 맞춰주면 1년보다는 오래 있겠지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여전히 나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죄송하기도 하고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 같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그러나 지금 연차에서는 뭘 그리 잘못했다고 주눅이 들어있었나 싶다.)

그런데 전무님이 갑자기 말씀하시더라.

"근데, 나도 나가."

"네??"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내가 뽑은 사람인데, 그래도 나보다 먼저 나가는 건 내가 너무 상황이 그렇잖아? 언제 퇴사할 거야? 나보다는 늦게 나가면 좋겠어서 불렀어."

솔직한 전무님의 얘기에 뭐랄까. 안도감이 느껴졌다.

나가는 걸 붙잡거나 하면 어쩌지 싶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니까 붙잡으면 붙잡힐 거 같기도 했고, 동시에 아직 새로운 고용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태이니

'아, 이렇게 밝혀지면 그냥 계약은 쫑나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런데 결국 나가더라도 전무님보다 늦게만 나가라는 게 핵심이니, 갑자기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나는 전무님보다 하루 늦게 퇴사했다.

전무님은 다른 회사에 대표로 이직하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미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계셨던 일이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정말 묘한 타이밍이었다. 내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전무님도 마침 이직을 준비하고 계셨다니. 결과적으로는 모든 게 잘 풀렸고, 전무님과의 마지막 대화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꼭!!! 헤드헌터에게

"현재 다니는 회사에는 절대 reference 체크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여러 번 강조할 거다.


나처럼 운 좋게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이슈가 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대부분의 경우 현재 회사에 이직 계획이 알려지면 정말 곤란해질 수 있다.

아직 새로운 회사와 계약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HR 담당자들은 업계 인맥이 많으니 개인적인 친분으로

"어디 얘기하지는 말고~" 하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내가 다니는 현재 회사의 직원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니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니 면접 과정에서 reference 체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한 번 더 확인하자.

내 커리어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니까.

keyword
이전 20화[6년차]10.코로나가 앗아간 터키행 비즈니스석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