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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나만 알기 아까운 카페 1

카페에 꼭 커피만 사러 가는 건 아니니까


사실 내게는 단순히 자주 가던 카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나은 상황이 되면, 좋은 여건이 되면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커피집이다. 하지만 그걸 기다리다가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어 고이 접어 두었던 편지처럼 첫 번째로 맛집 리스트에 소개하고 싶다.

서울에서 원주로 오기 전까지 답십리에서 5년 정도 살았는데 내가 커피를 업으로 하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로 커피를 마시러 갔던 이유는 커피도 커피지만 늘 환대해 주시는 사장님 내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손님이라는 이유로 친절을 넘어 반겨 주시던 두 분의 모습이 생각날 때면 지금도 그 당시 힘들었던 내 처지와 함께 느꼈던 감사함 때문에 눈물이 맺히곤 한다. 





소규모 로스팅의 장점


나 역시 로스팅을 공부했기 때문에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일 균일하게 로스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 잘 알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장님의 노트에는 그날의 기온 습도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언제 가도 항상 균일한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기본이라고 지식으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또한 대량 로스팅을 하는 매장들에서는 하기 힘든 것이 결점두를 솎아내는 작업인데 이 매장에서는 결점두를 선별하고 있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커피가 처음 혀와 닿았을 때와 후미에서 기분 나쁜 쓴 맛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결점두에 들어있을 곰팡이독소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요새는 보기 힘든 친절함을 넘어선 환대 


이 가게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나 역시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손님에게 진정한 감사와 그에 상응하는 친절이 나오지 않은지는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진상손님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그에 따른 방어기제가 생기고 대개는 친절하지 않는 것으로 반응한다. 사장님 내외도 그런 손님들 때문에 나름의 애환이 있을 것인데 갈 때마다 늘 친절히 대해주셨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 나에게뿐 아니라 오시는 모든 손님들에게 그러했다. 

나는 그 시절, 여러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풀리지 않아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커피를 사서 테라스에 앉아 멀뚱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누가 봐도 고심하는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누가 나를 알아주겠나? 혼자 삭히면 그만이었다. 그럴 때마다 사모님께서는 안부를 물어주시고 그렇게 내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주시곤 했다. 그냥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장님은 커피를 정말 많이 좋아하신다. 저녁에도 커피를 드실정도다. 가끔 새로운 원두가 나왔다며 마셔보라고 주시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들을 묻다가 친밀감이 쌓이게 된 시점부터는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에 나의 진로를 여쭤보기도 했다. 지혜가 많은 분이다.  



카페는 단순히 돈을 벌라는 마음이라면 힘든 사업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에 물만 넣어주면 되는 아메리카노가 주 수입원인데 많이 남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카페의 폐점률이 그토록 높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카페가 너무 많아서'라는것은 그만큼 음용인구 자체도 늘어났기 때문에 온전히 그 이유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카페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유지비가 들어가는 사업이고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발전을 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사업이고 커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수조건이다. 물론 크게 한다고 해서 흑자를 보는 사업도 아니다. 애초에 몇 억으로 시작해야 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인데 반해 고정고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카페가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어려워도 유지할 만큼의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작지만 고정고객이 많거나.

카페 베르떼는 고정 고객이 많은 가게이다.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찾는 손님들이 많은 가게일 것이다. 커피의 맛이야 당연하다. 요즘 같이 고객들의 기본상식이 높은 상황에서 맛은 당연히 0순위다. 카페가 많은 만큼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필수적인데 <카페 베르떼>에는 낭만이 있다. 

맛집 리뷰치고는 너무 주관적이라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이젠 광고로 가득 차서 그 정보마저 믿을 수가 없는 시대에 이런 스토리텔링이 내가 좋아하는 가게를 소개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아서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겠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내가 혹시 나중에 다시금 카페를 열게 된다면 아마 <카페 베르떼>는 그 동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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