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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an 14. 2020

지금은 이직 준비 중

#불안장애 환자의 이직 이야기

 돌아보면 불안장애로 인한 3개월을 푹 쉬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계속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무엇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지금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이직 준비생이기도 하다. 복직 2일 전이긴 하지만 면접 결과가 조금 일찍 발표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나의 이직 준비의 시작은 우연히 먼저 이직을 했던 회사 동기의 권유로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이직을 준비하던 것은 지난 3년 전 불안장애를 겪을 때부터였다. 그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었고 여러 군데를 급박하게 지원했지만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번의 이직 또한 급박하게 지원을 하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이미 준비되어있는 포트폴리오가 있었기에 바로 지원할 수 있었다. 1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서류합격을 받고 곧바로 코딩 테스트를 보게 되었다. 개발 회사라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개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점검이다. 개인적으로 코딩 테스트의 능력은 업무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지 성실함의 척도는 되는 듯하다. 마치 영어의 토익시험과 같이 말이다. 토익을 잘한다고 해서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코딩 테스트를 보게 되었고, 다행히도 합격할 수 있었다. 걱정이 많았던 코딩 테스트였지만 S사에서는 필수로 Advanced 등급 이상의 코딩 자격을 지니고 있어야 연구소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준비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의 소중한 휴직 시간이 물 흐르듯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직 준비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나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또 다른 불안으로 찾아왔다. 이직을 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이직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다시 이직을 하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인지에 대해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의 일을 회피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때, 정신과 상담을 가는 날이었다.


의사 선생님 : 요즘은 잘 지내요?

나 : 사실 요즘 이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불안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태에 대해서 이직을 하는 것이 확신이 없어서요.

의사 선생님 : xx 씨는 본인에게 또 휴식을 주지 않고 무엇을 하려고 하네요. 쉬어한다니까요...  사실 이직을 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xx 씨가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잘 받아들일 수 있을 지에요. 지금 회사의 복직을 한다면 주변 동료들이 xx 씨의 상황을 잘 알기에 이해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새로운 회사에는 xx 씨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리스크가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복직하고 좀 더 괜찮아졌을 때 지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회사는 다 똑같아요. 지금 있는 회사가 나쁘지 않다면 그냥 다니는 것을 추천해요.

나 : 아 네...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후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졌다. 단지 새로운 회사에서 좀 더 성장하고 싶었던 모습만 생각했었는데 상담 후에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 힘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이직에 대한 나의 확신이 줄어들었고 멈출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우선 지원을 했고 나를 추천한 동기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면접을 보기러 결심했다.

 그렇게 면접을 보는 날이 다가왔다. 영어면접과 PT면접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추운 겨울 코트를 빼입고 당당하게 회사로 향해 걸어갔다. 지난날의 휴식 덕분인지 자신감은 넘쳐났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리고 면접을 보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하고 나왔다.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면접장을 걸어 나온 그때,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 좋은 기억만 남고 좋지 않았던 감정은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지나친 성과주의 환경 그리고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상사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국내에서의 S기업이라 하면 다들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던 것 같다. 남에게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이는 것 그거 하나가 나의 발목을 7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다른 환경에서의 생활을 꿈꾸고 있다. 이직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고 모든 회사가 다 똑같다는 그 말을 직접 눈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 3개월의 시간 동안 축적해 놓은 힘이 있기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불안장애 환자의 나를 완전히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되고 설렌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고 누군가도 다 불안장애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불안장애 환자도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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