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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Feb 03. 2020

복직 2주 차 최대리. 지난 이야기

#불안장애 극복하기

 

 직장인으로 돌아간 지 2주가 흘렀다. 나의 2주는 어땠을까?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회사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일까. 다행히 언제 쉬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직장인의 모습으로 스며들었다. 휴가를 길게 다녀온 사람처럼 말이다.

 나의 복직과 맞물려 조직개편이 진행되었다. 그 말은 즉슨 어수선한 상황이고 팀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무목표라던지 일에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무를 성급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고 여유롭게 회사에 적응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에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3개월 전만 해도 눈을 뜨는  지옥 같았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쓰러져 있기 바빴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가뿐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퇴근 후에도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정말이지 3개월 전 의사 선생님 상담할 때 했던 거짓말 같은 말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의사 선생님 : 3개월 푹 쉬고 체력을 회복하고 나면 다시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대신 푹 쉬어야합니다.
나 :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 당시 나는 믿지 않았다. 휴식을 취한다고 나의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잠시 나를 위로해주려고, 희망을 주려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개월의 휴식을 마치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금, 약을 먹고 쉬는것만으로 말도 안 되게 나의 불안과 우울이 회복되었다. 내 삶이 더 나아진 것은 없지만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에서 이처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 불안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불안이 아오더라도 한두 번 정도 찾아오는 정도다.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 정말이. 

 그러나 나의 마음 한 구석 어딘가 굉장히 찜찜한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도 의사 선생님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업무 하느라, 적응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진료를 받으러 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말없이 약을 끊지 말라고 했었는데.... 내가 힘들 때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잠깐 나아졌다고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 참 간사하다는 말이 이런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주 동안 나게 불안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불안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 그 이유는 괜히 불안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면 불안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이 있을 때 불안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힘들어지더라도 말이다.

  내가 불안이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불안이 발생할 시점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이 무슨 말일까? 다시 말하면 내 머릿속에는 '언제까지는 불안이 생길 일이 없을 거야'라고 정해놓으면 그 시간까지는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복직 후에 1주일 동안 불안이 찾아오지 않을 거야. 내가 맡고 있는 업무를 다시 맡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기 때문이야' 이렇게 판단하며 불안을 연기시켰다. 연기시키는 동안에는 불안이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업무를 선택할 시간이 다가왔고 선택했다. 불안을 만들어냈던 업무를 다시 담당하기로. 그리고 또다시 내 머릿속은 '내일은 명절이니 4일 동안 푹 쉬고 돌아와서 생각하자' 라며 또다시 불안을 연기했다. 나도 모르게 불안이 다가오는 시간은 그렇게 계속 뒤로 밀려났고 나의 생활은 평탄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내가 불안장애를 경험하면서 극복하려고 했옛날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이는 겨우 시간을 지연시켰을 뿐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더 확장된 체로 말이다.

 이 방법으로 불안을 지연시켰던 나는 정해놓았던 시간이 다가오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울이라는 녀석 대신 짜증이라는 녀석과 함께 말이다. 왜 짜증과 불안이 다가왔을까? 내가 없는 3개월 동안 내 업무는 나의 병가라는 이유로 올 스톱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고 내가 왔을 때에는 a4용지 두장 분량을 꽉 채운 업무 리스트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업무량을 봤을 때 하기 싫었고 짜증부터 났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이 일을 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야 하는 것이 나의 불안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보았다. 무기력함에 짜증도 낼 수 없는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보면 그래도 지금은 힘이 생겼다는 것을.

 

 나는 불안을 지연시키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3개월의 시간 동안 참 많이 연습해왔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돌아가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말이다.

 다음 불안이 다가오는 그 시점은 나의 이직이 결정지어지는 그때가 될 듯하다. 조금은 두렵지만 3개월 동안 불안에게 다가가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이직의 결과가 나쁘다 하더라도 왠지 불안이 크게 오지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왠지 그럴 것 같다.

 그리고 불안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또 한 번 결심한다.

 그렇게 나의 2주 동안의 시간은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가면 속 불안을 숨겨놓은 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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