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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an 20. 2020

불안장애 7년 차 직장인의 복직 첫날

#불안장애 환자의 복직 이야기

 오늘은 3개월의 휴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일찍 출근하는 아내는 나를 깨움과 동시에 출근하였고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수백 번 출근했던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출근하는 내내 색함은 전혀 없었다. 오랜만의 출근이라서 그런지 조금 떨린 것 사실이었지만 림이 불안으로 확장될까 두려워 춥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출근하였다.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회사까지 출근길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타고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30분 정도 흘렀을까. 회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회사 일들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불안을 잠재우려 심호흡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도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쯤 전광판을 보았다. 전광판에는 시청역에서 4정거장 전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지하철이 천천히 움여서 늦게 도착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분 흘렀다. 이제 내리려고 다시 전광판을 확인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전광판에는 또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한다고 표시되어있었다. 허겁지겁 지하철 역을 확인한 그 순간 이미 2개의 역을 을 지나고 있었다. 서둘러 지하철에서 내리고 다시 시청 역을 향해 되돌아갔다. 일찍 출근해서 인사를 드리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을 생각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출근길은 짜증불안라는 감정을 억누른 체 시작되었다.

 회사에 도착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직장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얼마만이었던가. 정확이 3개월. 휴직할 때 정리해놓았던 내 자리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있었다. 정말 견고하다. 주변 사람들 또한 변한 게 없었다. 이 회사는 정말 견고하다. 변화라는 것은 없는 것일까? 그 사람, 그 회사. 변화하기에는 3개월이 짧은 시간이었을까. 7년 동안 생활했었지만 변한 게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을까. 정말이지 기분이 묘했다.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나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내가 불안장애를 겪고 힘들어서 휴직을 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괜찮아?'라는 인사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하고 대답했다. 아직 조금은 불안하지만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쉬는 동안에 무엇을 했는지 가장 궁금해했다. 딱히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푹 쉬었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사실 내가 쉬는 동안에 했던 일은 글을 쓰거나, 블로그를 작성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직장동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을 말하게 되면 내가 쓰는 글에 대해 계속 궁금해할 것이고 간섭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였지만 내 공간에서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싶었기 때문에 그것만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직 준비에 대해서는 더욱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출근하고 나서 내가 가장 처음 티타임을 가졌던 동료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후배였다. 굉장히 힘들어했었고 나를 가장 많이 찾았던 후배였기 때문이었다. 3개월 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치 내가 불안장애를 겪고 힘들어했던 모습이었다. 조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말을 건넸다. '인간 치료제'인 나를 보면서 이겨내라고 했다. 내가 썼던 글 중에 '남의 불행으로 얻은 행복도 괜찮아'라는 글이 있다. 나는 휴직할 정도의 아픔이 있었기에 그것을 보고 힘내라는 뜻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보다 힘든 사람을 보면서 얻는 위로감이 있기에 했던 말이다. 그 후배는 내 말을 듣고 웃었고 같이 나눌 수 있다는 마음에 위로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서로의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 업무를 정리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사람 냄새가 났던 시간이었다. 3개월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한다면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습 즐거워 보였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즐거움도 있었었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느낀 점을 나의 아내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것을 느끼는 건 오늘뿐이라고.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라며 나를 또 놀렸다.


 3개월 만의 복직 첫날은 많은 사람들과의 티타임으로 시간을 갖게 되었다. 팀장, 그룹장뿐만 아니라 직장동료들과의 티타임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는 지금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도 있었다. 그 형은 몇 달 전에 있었던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작년에도 진급 누락을 했었는데 올해도 진급 누락 예정이라고 했다. 그 동료에게는 가혹하지만 이 정도면 회사를 나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말 잔인했다. 직장인들에게 평가와 진급은 굉장히 예민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한때는 인정받는 사람이었는데도 불과 7년 만에 나가라고 하는 꼴이라니 회사에 대해서 실망스러웠다. 그 동료는 결국 회사의 뜻대로 휴직 또는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지 못했지만 마음이 아팠고 어떠한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저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 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휴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는데 복직 첫날인 오늘도 시간 빠르게 흘러갔다. 언제까지 빠르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쯤 나의 업무를 인수인계받았던 후배가 나를 찾았다. 인수인계받았던 일이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복직 첫날에 일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지만 후배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후배도 나름 해보다가 안돼서 물어봤을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해결하는데 꽤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그렇게 나는 퇴근시간 30분을 넘기고 퇴근할 수 있었다. 3개월의 충전 덕분인지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나름 뿌듯했다. '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후배 앞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서 조금 뿌듯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었다. 오히려 후배에게 고마웠다. 이것도 아마 복직 첫날이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복직 첫날에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은 다양했다. 짜증, 불안, 즐거움, 생동감, 자신감, 뿌듯함 등 이 있다. 이는 아마도 3개월 간의 휴직기간 동안 나쁜 감정들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경계한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있던 미안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나에게 좋게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일들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걱정스럽긴 하지만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늘만을 살려고 생각한다.

 복직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복직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짜증은 나겠지만 그렇게 걱정하는 순간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욱더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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