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밍 Oct 30. 2019

불안장애, 만신창이 7년 차 직장인

3개월간 휴직을 선택한 나

 이 글을 쓰는 시점의 나는 S그룹사의 7년 차 선임연구원이다. 정확히 말해서는 6년 7개월이 되었다. 현재의 나는 퇴사 직전의 모든 멘털이 무너진 회사원이다. 나를 무너뜨린 것은 반복되는 업무, 끝나지 않는 업무, 성장 없는 업무, 불안장애 등이 결국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긍정적이고 열심히 살아온 32년의 인생이었는데 처음으로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죽고 싶을 만큼 온몸이 떨리는 불안함, 계속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 그 불안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결국 회사를 3개월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만신창이의 모습이 된 지금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물이다.

  

불안장애 정형돈.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내가 퇴사를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불안장애이다. 불안장애란 불안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이다. 요즘 방송이나 매체에서 언급하는 공황장애랑 비슷한 질병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24시간 365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이다. 서버 장애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즉각적으로 대응을 해야 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반복되는 장애에 대해 문제를 해결할 자신감이 떨어지던 그때. 나에게 불안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자인가?'. '밑에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사람인가?', '누군가 나를 비웃진 않을까?', '퇴사해버릴까?' 등 계속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불안은 확장해 나갔다. 겁 없이 퍼져가는 불안함이 지속된 지 2년 정도 되었다. 잊힐만하면 문득 찾아오는 불안이 오면 정신과에서 치료받은 약만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약의 취해 살아온 2년 동안 나는 제정신인 적이 없었다. 걱정과 불안을 갖게 되면서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불안장애 환자가 되어버렸다. 책임자에게 말을 한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누가 나의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정말 회사의 냉정함을 느끼고 정이 떨어졌던 시기였다.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에 퇴사를 선뜻 결정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회사를 3개월간 떠난다는 결정 또한 쉽지 않았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의 성격 탓이다. 앞으로의 회사생활 나의 이미지,  진급, 평가, 남편으로서의 지켜야 하는 가정 등 고민해야 될 것이 너무 많았다. 약 없이는 출근도 못하는 죽을 만큼 고통 속에서 수개월 동안 고민을 하면서 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중 나의 멘토 같은 가장 친한 친구의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약을 먹으면서 버텨가며 회사를 다닐 정도면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더 다닐래? 아니 1년이라도 다닐 수 있겠니? 그 일 말고도 세상에는 얼마나 할 것이 많은데 거기에 매달리나. 내가 아는 너는 뭐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언제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자신감으로 넘쳐 살았던 나인데 말이다. 그래서 더 이상 겁쟁이로 살지 않기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잠시 떠나기로 결정했다.


 자신감은 이미 잃은 지 오래전이었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회피하고 싶을 뿐인 내 모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태에서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한다.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언제 느껴봤었는지 모르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내게 일어난 일, 내가 경험하자고 하는 것들을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기록함으로서 불안 속에서 잠시 떠나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3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작은 성취감을 통해서 불안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들이 이제야 마음에 와 닿았는다. 불안장애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에게 작은 목표를 만들고 성취감을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성취감을 느낄 때 그 불안 속에서 잠시나마 떠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