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취업의 문턱을 넘어 합격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나, 정말 행복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런 기쁨이었다. 그렇게 입사 1일 차, 누군가에게는 설레었고 긴장되는 첫날 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달랐다. 겁도 없이 당당하게 신입사원의 패기를 부릴 줄 아는 회사원이었다. '회사생활도 학생 시절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르고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변했는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무너진 직장인의 모습이다.
도대체 불안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힘들어하는가? 지속적인 불안은 나에게 자신감을 빼앗아 갔다. '도대체 불안이 어떻게 자신감을 하락시키는 것일까?' 불안장애를 경험한 나로서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공감하기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아내조차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경험했던, 불안이 빼앗아간 자신감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3년 전,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했던 시기였다. 나를 믿어주었던 그룹장은 일에 대해 전적으로 나에게 위임했다. 4년간의 신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4년간 문제를 일으킨 적 없고 인정받는 직장인이었다. 그렇게 대규모 프로젝트를 끝낼 무렵 시범운영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시범운영이란, 사용자에게 앱을 업데이트하고 운영한다는 이야기이다(글쓴이는 앱 개발자). 2주간의 시범운영 동안 문제가 발생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나는 기분 좋게 휴가를 갔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더니 24시간 내내 멈출 줄을 몰랐다. 여기저기 문제가 터기지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것들에 대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떠난 여행이라 쉽게 돌아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3박 4일의 휴가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걱정뿐이었다. '내가 쌓아왔던 인정받는 직장인이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구나', '나를 멍청한 회사원이라 보겠구나',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휴가라니..' 등 다양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날 줄 몰랐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점차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휴가도 망치게 되었다.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나는 곧장 회사로 달려갔다.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계속 생겼다. 문제가 생긴 부분을 해결하고 업데이트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쉬운 문제도 맞는지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걱정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걱정 말이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문제를 해결하고 업데이트하기를 반복하여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동시에 완벽을 추구하던 나의 자신감은 걱정, 불안과 함께 끝없이 바닥으로 향해갔다. 세상도 무심하지 문제 해결 뒤에 찾아온 것은 불안장애였다. 또다시 문제가 생기면 다시 해결하지 못할 것만 같았고 주변 시선들이 나를 점점 더 궁지로 몰았다. 사실 주변에서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료는 없다. 내가 느끼는 시선이 그렇다는 것이다.
불안은 그렇게 다가온다.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들로...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때부터였다. 열심히 일을 하였다고 생각했지만 평가도 좋게 받지 못했다. 결과 '나는 이제 무능력자로 찍혔구나'라고 수백 번 같은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머릿속은 항상 문제가 계속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만 늘어났다. 그렇게 자신감은 사라져만 갔고.. 그렇게 나는 겁쟁이가 되었다. 겁쟁이가 된 나는 7년 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