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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May 29. 2022

정신과를 바꿔보았다, 퇴사 5주 후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이번 한 주도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한 주였었다. 약으로도 더 이상 나의 우울과 불안을 멈출 수 없었다. 또한 하루 종일 심장이 고장 난 것 마냥 쿵쾅쿵쾅 계속 뛰었다. 심장이 뛸수록 정체 없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점점 지쳐만 갔다. 그러던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보자는 각오로 새로운 병원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5년 동안 정신과를 다녔었지만 병원을 바꾸는 것에 항상 실패를 했었다. 과거에도 나는 5군데 이상의 정신과를 방문했으나 병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의 과거 이력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되는 것부터가 부담이었고 약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다시 새로운 병원에 적응하는 것에 실패하여 원래 다니던 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약을 먹으면 무조건 낫는다고 이야기를 하셨지만 나의 증상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새로운 병원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수많은 정신과를 찾아보았다. 나의 첫 번째 기준은 집과 가까울뿐더러 진료 후기, 그리고 선생님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어렵게 찾은 병원을 선택했고 예약을 진행했다. 보통의 정신과는 예약 없이는 방문이 어렵다. 그만큼 예약제로 운영되는 정신과가 많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틀이고 삼일이고 기다렸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덧 진료일이 다가왔다.


 어느 정신과 병원과 다를 게 없었지만 내가 방문했던 정신과 중에 가장 밝은 환경의 정신과의 모습이었다. 정신과를 방문했을 때 항상 어두운 모습이었지만 여기는 조금 다른 느낌의 정신과였다.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예약시간에 맞춰 진료실로 나는 터벅터벅 들어갔다. 역시나 선생님 앞엔 책상과 컴퓨터 한 대가 있었고 들어오는 나의 모습을 살펴보시는 듯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나와 마주하게 되었고 나의 증상을 하나하나씩 진료해주었다. 


 나의 과거 5년의 병원을 다녔던 점을 공유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상태 파악에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 어떤 선생님과는 좀 다른 점은 있었다. 우선적으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셨다. 5년 동안 약을 먹어왔고 병원을 바꾼다는 것이 환자에게도 의사 선생님에게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내가 먹고 있는 약을 보자고 했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조금 더 약을 추가할 테니 다음 주에 한번 더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번에 나의 증상을 파악하긴 어렵다고 솔직히 이야기하셨고 1주간의 경과를 보자고 제안했다. 혹시나 상담을 받는 것도 괜찮냐고 물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나에게 상담으로서는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태껏 다녔던 병원과 다른 점은 내가 먹고 있는 약이 어떤 약인지도 모르고 먹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하나하나씩 약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어떻게 치료를 해야 될지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저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울뿐더러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또한 불안이 심해 너무 힘들다', '하루 종일 심장이 너무 뛰어서 너무 불안하다', '눈물이 계속 흐르고 너무 슬프다', '약을 먹으면 너무 졸리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자고 싶지 않다' 등등 나에 증상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런 증상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해주는 의사 선생님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은 조금 달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회복하는 길이다. 이 약을 먹고 졸리면 자야 한다. 자고 일어나도 괜찮으니 그렇게 회복을 해야 증상이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이 먹는 약이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일어날지 아직은 모르지만 다음 주에 다시 한번 만나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과의 20분 정도의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나는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약은 뉴프람. 자나팜, 인데놀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졸렸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너무 졸렸고 하루 종일 너무 졸리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심장 뛰는 것이 현저히 줄었고 그래서 그런지 불안도 많이 줄었다. 음.... 신기하게도 지난 5년 동안 먹은 약에 비해 강도가 세진 것은 맞으나 눈이 무겁지 않고 심장 뛰는 것과 불안이 현저히 준 것은 조금 신기했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5주 차에 병원을 바꾼 이후 3일은 언제였을지 모르지만 나름 즐겁고 웃음도 나왔다. 나의 아내 또한 나의 표정이 좋아진 것 같다며 좋아하는데 너무 기뻤다. 이렇게 조금씩 나의 병이 나아져갈 수 있다는 조금의 희망이 생긴 것만으로 나는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불안장애 환자의 병원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저의 병원을 변경한 것에 따른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병원의 변경이 나에게 나은 것인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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