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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un 14. 2022

좋았다 말았다, 퇴사 6~7주 후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작은 희망에 불안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퇴사 6~7주 차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내 불안과 우울이 어쩜 이렇게 단순한 원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어떤 이유였을까

전에 다니던 H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라는 희망

 같은 시기에 이직을 했었던 동료가 본인이 회사로 돌아와 달라는 컨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회사에서 정말 만족스럽게 다녔었고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회사를 즐겁게 다니고 있었지만 욕심을 부린 탓에 퇴사를 하게 되었었다. 그러던 나에게도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기다려도 오지 않은 전화 때문에 내 속은 점점 타 들어갔다. 그렇게 계속 나의 불안과 우울은 지속되었고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퇴사 후 팀장님과의 첫 전화 통화였다.

팀장 : 멜밍 책임 없어서 요즘 너무 힘들잖아~ 언제 돌아올 거야?
멜밍 : 네!? 진심이세요? 저 근데 진짜 돌아가고 싶어요!
팀장 : 응? 너 진심이니? 그럼 내가 바로 상무님께 물어보고 바로 연락 줄게!
*5분 후 팀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팀장 : 상무님이 돌아와도 된데. 얼른 이력서 다시 제출하라고 하시더라.
멜밍 :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괜히 고생하셨네요! ㅎㅎㅎ

 이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다니고 있던 H사로 돌아가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 마음가짐 하나,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생긴다는 마음 하나로 내 불안과 우울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다. 정말 놀라웠다. 이게 나에게 그렇게 큰 불안과 우울의 대상이라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퇴사하고 더 잘되는 사람들도 많고 CEO도 되고 창업도 하고 글도 쓰고 많이들 잘되던데.... 나는 언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늘 우울 속에 갇혔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우울 속에만 갇힌 나는 드디어 우울 속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나의 6주 차는 그렇게 행복하게 시간이 흘렀고 나의 아내와 딸과 함께 즐거운 한 주를 보낼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도 가고 카페도 가고 친구네 집도 가고 정말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정말 오래간만에.....


그렇게 퇴사 7주 후, 최종면접만 보고 회사로 돌아가는 것으로 협의가 이루어졌었는데 최종면접 후

급 사업부장의 반대로 인하여 무산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온몸이 긴장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불안과 우울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반대의 이유가 몇 달 되지 않은 퇴사자가 다시 돌아오는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면접을 보질 말던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서의 규칙까지 풀어가면서 들어오게 만들어주었다는 상무님의 미안하다는 말에

 '어쩔 수 없죠! 괜찮습니다'

 성격 좋은 웃음을 보이며 전화를 끊게 되었다. 나의 복직(?)의 노력을 해준 상무님과 팀장님 그리도 추천서를 써준 동료들이 이 글을 볼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불안과 우울이 다시 돌아올까 걱정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나의 아내.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불안과 우울이 다가오지 않는다. 지속적인 운동을 했던 탓일까. 아니면 다시 시작을 해보겠다는 의지의 힘이 나에게 있는 것인가.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먹고 불안해하며 우울 속에 사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불안이 한순간에 재취업으로 인하여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에 대한 실망이라고 할까.

그래도 이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 것만 같았다. 운동을 해서였을까 아니면 노는 것에 적응이 되어서였을까?

 어떤 작가님의 퇴사 후 재밌는 인생을 보게 되었다. 퇴사 후에 27가지였을까? 27가지의 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무인점포의 실험, 글을 쓰는 실험, 책을 쓰는 실험 등등 다양한 실험들을 하나씩 실험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나의 인생에 첫 실험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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