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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Sep 15. 2019

맛과 멋, 재미까지 갖춘 시장 이야기 2

110년 전통의 광장시장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1905년 일제가 화폐정리사업을 단행하면서 조선 상인의 기반을 흔들자 조선 상인들이 그해 7월에 광장주식회사를 세웠다. 예전에는 보통 3, 5, 7일 단위로 장이 열렸지만 광장시장은 매일 장이 서는 최초의 상설시장이었다. 1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규모 포목 시장으로 성장한 광장시장은 관혼상제에 필요한 한복과 폐백, 수의를 파는 곳이 많다. 시장의 상가 2층에는 의류와 잡화 액세서리까지 빈티지한 물건들이 가득한 수입 구제 상점도 들어서 있다.

전통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광장시장 먹거리가 많기로 소문났다. 시장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40년이 넘은 육회 골목은 문 앞에서 대기표를 받아 들고 줄을 선 사람들로 붐빈다. 냄비가 넘치도록 재료가 담긴 시원한 대구 매운탕, 겨자소스를 찍어 먹는 마약김밥,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간 비빔밥, 비 오는 날이면 더 좋은 도톰한 빈대떡은 광장시장의 명물이다.      


드라마, 영화 촬영지 포방터 시장

홍제천이 잔잔히 흐르는 홍은동 포방터는 조선시대 서울의 외곽을 방어하며 포 연습을 하던 곳이었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포를 설치한 포방터 부근에 1970년대 초, 시장이 들어섰다. 규모가 작은 시장이지만 벽화가 그려진 소박한 마을 풍경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에도 등장한 정육점과 반찬가게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홍제천을 가로지르는 포방교를 건너면 시장 입구에 포방터 시장의 역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작은 시장이지만 포방터시장은 토요장이 크게 열린다. 시장 거리 한복판에서 버스킹 공연, 야간 폭죽놀이, 경매 이벤트, 특가 상품전 등이 펼쳐진다. TV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포방터 시장 편이 나오면서 새벽부터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조용했던 작은 시장에 생기가 돈다.    

 


젊은 예술가들의 동진시장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동진시장은 연남동의 유일한 재래시장이다. 동진시장은 중국 요릿집이 많았던 연남동에서 1960~1970년대 마을 사람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했던 전통시장이었다. 그러다가 대형마트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상인들은 하나둘 시장을 떠났다. 쇠락한 시장은 주변 상인들이 창고로 사용하다가 2014년 새롭게 태어났다.

동진시장은 젊은이들의 벼룩시장이다. 평일에는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주말에는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이색적인 플리마켓이 열린다. 금요일에는 야시장, 토요일에는 7일장, 일요일에는 일요시장이 문을 연다.

허름한 시장 안에서 홍대, 동교동, 연남동, 연희동 일대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자잘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목공품을 만들어 파는 공방도 열리고, 도시농부들이 재배한 농작물과 다양한 먹거리도 있다.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시장 밖으로 나오면 독특한 책들을 가져다 놓은 책방, 개성 넘치는 카페,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들어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동진시장은 젊은이들, 그들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먹거리 가득한 망원시장

연남동에서 가까운 망원동의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전통시장의 맛을 살리면서 트렌디한 젊은 사람들까지 즐겁게 찾아볼 수 있는 현대식 전통시장이다.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젊은 커플들이 손을 잡고 시장 거리를 걷는 풍경이 이채롭다.  

독특한 감성을 풍기는 작은 카페, 갤러리가 있는 망원동은 망리단길이라고 부르는 골목과 시장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시장에 가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소문난 맛집을 찾는 일. 망원시장에는 먹거리가 정말 다양하다. 맛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은 이미 다 거쳤다. TV에 소개된 고로케 가게, 닭강정 가게, 매운오뎅 가게는 언제나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다.  밀가루를 반죽해 손으로 뽑아낸 칼국수와 수제비 가격은 1980년대에 멈췄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아주 싸다.  

시장에서 걸어서 한강 다리까지 갈 수도 있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어스름 날이 저물면 한강 다리로 내려앉는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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