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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Jan 12. 2020

#28.

-선생님의 파동



 선생님의 폭언은 그의 가장 큰 단점이자 약점.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의 그림자이다. 분노에 휩싸이면 쌤은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신다. 물건을 부수고 유리를 깨고 휴대폰을 집어던진다.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상대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심리에도 능통한 그는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잘도 파헤치며 언제나 그렇게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는다. 

 이런 모든 행동들이 죄라는 걸 아는 선생님은 평소에 그 죄를 갚아야 한다는 부담에 또다시 시달려하신다. 


 나는 그런 쌤의 옆에서 나를 지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터득해왔다. 장시간 이어지는 내 자존감을 깎아 먹는 메시지는 한 줄도 읽지 않는다. 물건을 부수는 일은 쌤 혼자서만 행해지는 일이기에 나는 알지 못한다. 휴대폰이 바뀌면 '또 망가트렸구나...' 짐작할 뿐이다.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본인의 반평생을 받쳤기에 내게 절대로 미래를 약속하거나 책임져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밀어내고 부정하는 말을 폭언으로 가장 많이 하신다. 내가 제일 힘든 건 이런 부분이다. 

"제발 떠나라. 다른 남자를 만나. 너를 웃게 할 사람에게 가라. 이런 건 사랑이 아니다. 너는 처음부터 내게 방해자다." 

 나도 사람이니까,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의 곁에 있어주겠다고 다짐해도 마음이 아프다. 


 그럴 때면 나는 눈과 귀를 막는다. 말을 모두 제거한 채 쌤의 진동만을 느낀다. 그러면 안개가 걷힌 듯 뚜렷이 보이고 명확히 느껴진다. 그가 보내는 파동에 그의 모든 '진심'이 담겨있다. 나는 그 파동을 언어로 해석하면 그만이다. 


 덩치만 큰 어린아이의 투정. 

"지금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해. 내가 이렇게 해도 거기 있을 거야? 차라리 네 곁에 있어 줄 사람에게 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도 거기 있을 거야? 사실 나 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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