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면 오름과 바다는 필수 코스인데 한 번도 숲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숲 속 안에서 힐링을 하면 어떨까 하여 가본 곳이 서귀포 자연휴양림이다. 길 따라 트레킹 하며 올라갈 수도 있고 차로 쭈욱 따라 올라간 이후에 전망대까지 걸어갈 수 있다.
보통은 관광지에 가서 풍경 사진을 많이 찍곤 하지만 택시 기사님께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진이 남았다. 편백나무가 길게 이어져있고 내부로 들어가니 마치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숲의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경고 팻말로 뱀 조심, 벌 조심 글도 보였는데 걸으면서 벌에 쏘이진 않았다.
전망대 위로 올라가면 산등성이와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 날은 안개가 낀 데다가 구름 그림자까지 내려앉아 덜 선명했지만 날 좋은 날 한 번쯤 와보기 좋은 힐링 장소다. 9월 중순은 역시 덥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서귀포 근처 남원큰엉해변을 해수욕이 가능한 곳으로 알았다. 그런데 왠 걸? 막상 와보니 수심이 깊어 수영이 불가한 곳이라는 걸 와 보고 나서야 알았다. 기사님께 여쭤보니 여기는 수영하는 곳이 아니라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셨다. 보통 갈 곳을 정할 때 네이버 지도에서 해변을 찾다 보면 수영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는 곳도 있고 단순히 별점으로만 표시된 있어서 물놀이가 당연히 가능한 곳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큰엉은 '남쪽에 위치한 큰 바위 동굴'을 뜻한다고 함
큰엉해변 산책로를 따라 작은 숲길을 걸어가면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해변을 볼 수 있다. 이 날은 햇볕이 무지 뜨거웠던지라 걸을 때마다 등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데도 모자를 눌러쓰고 신나는 기분으로 해변가며 숲 길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행 첫날은 아침 9시 전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체크인 시간도 오후 5시인 데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시간이 너무 아깝고 말이다.
아마 이때쯤부터 서서히 피로가 몰려왔던 것 같다. 잠을 2시간 밖에 못 자고 도착한지라 오후 4-5시쯤 될 때는 졸리기 시작했다.
체력이 좀 더 됐으면 더 걷고 싶었지만 사려니숲길 안에서 조용히 앉아 쉬는 시간을 가졌다. 입구 앞에는 아이스크림, 식혜를 판매하고 있었고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도 많이 보였다. 간혹 휠체어 타신 할머님 또는 할아버님과 함께 온 손자들과 가족들도 보였는데 걷지 못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숲길을 함께 걸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기다랗게 뻗은 나무 사이로 빛줄기가 내려앉았다. 고요했고 짙은 나무색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걸어 들어가다 보면 중간에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 쉴 수 있다. 마음이 번잡하거나 조용히 명상하러 오기에 좋은 곳이고 사려니숲길은 다른 여행 장소보다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 다음에 한 번 더 오게 되면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명상하기 좋은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