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derless Sep 16. 2024

오전열한시, 아주르블루

제주 여행 1일차 (2024.9.13.)

오전열한시

포도뮤지엄에서 간단하게 전시를 보고 전복볶음밥을 판매하는 '오전열한시'에 방문했다. 제주도에 가면 돔베고기, 물회, 전복, 해물 라면을 많이 찾곤 하는데 나는 완전히 음 체질이라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선택하는 편이다. 만약에 양 체질이었다면 맥주나 냉면, 국수가 몸에 잘 맞았을텐데 아쉽지만 별 수 없다.

5-6년 전에 제주에 가면 어느 곳을 가도 사람이 많았는데 예전보다 관광객이 그리 많진 않았다. 제주에 오픈한 '카멜 커피', '런던베이글' 이런 곳들은 당연히 문전성시지만 그런 F&B 브랜드들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구태여 제주에서 보진 않는다. 그것보단 제주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문화든 뭐든 자연스럽고 그 지역에 스며든 공간들을 찾게 됐다.

 

공간 안에서 본 입구

보통 식당에 가면 음식 사진을 많이 찍는게 일반적이겠지만 나는 항상 공간의 인테리어부터 눈에 들어와서 어쩌다보니 DSRL 용량에서 공간 사진이 많은 비중을 차지 한다. 공간의 색, 인테리어, 작은 소품 등등 시작적인 요소에 눈이 가는 편이다.


주문한 음식은 딱새우 전복비빔밥이다. 반찬으로 김치, 양파절임, 피클, 장국, 고추가 소박하게 나온다. 전복비빔밥 안에 크림 소스가 있어서 취향에 맞게 섞어서 먹을 수 있고 약간 알싸한 맛을 원한다면 잘게 썬 고추를 살짝 넣어 먹으면 느끼함이 가라앉는다. 맛있었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조용한 분위기에 천장이 높고 쾌적해서 조금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오후 12시~1시 쯤에 오셔서 드시는 걸 추천드린다.


공간 내 식물들


아주르블루

1일차는 주로 서귀포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사람이 정말 많이 없었다. 가는 곳 마다 2-3명 정도만 있었고 '아주르블루'는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어서 가게 된 카페다. 어딜가든 해변가에 카페는 많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유명세만 있을 뿐이지 커피가 맛이 없어서 방문한 걸 후회하게 만드는 곳도 더러 있다.


인테리어가 예쁘고 주변 자연과도 잘 어울리는 카페였다. 새하얀 벽에 푸르른 바다와 짙은 녹색이 선명하게 대조되고 창을 통해 밝음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자연친화적이고 밝고 따뜻한 느낌. 밝은 공간에 들어오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공간에 신경 쓴 느낌이 많이 들었고 커피도 맛있었고 음식 자체에 집중한 느낌을 받았다. 공간을 돌면서 음식맛을 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 운영자가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지도 보게 된다. 그 안에서 배울점을 찾기도 하고 따뜻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내가 멀리서 바라봤을 때 좋은 인상을 주셨던 카페 사장님이 서울에 한 분 계신다.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직원에 대한 애정, 커피에 대한 열정, 자주오는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심을 보며 저 정도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업을 바라보며


서비스업 특성 상 손님과 밝게 인사를 나누거나 스스로 그런 성격은 아니다 하더라도 일할 때 만큼은 고객을 대할 때 친절해야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식품업이 힘든 이유는 맛만 좋다고 그 곳을 다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친절성이 떨어지거나 갔을 때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면 고객은 공간에 대한 피드백 없이 떠나곤 한다. 구태여 잘못된 부분을 말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많다. 어느 정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몸에 베어 있어야되고 운영하는 사람 스스로도 돈이나 관계에 대한 정직성과 진솔함이 있어야 상대를 대할 때 그 진실함으로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면의 모든 것이 가식이라면 바라보는 사람도 분명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람이 진실로 배려심이 있어서 하는 행동인지 아님 매출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매번 진심이긴 어렵겠지만 신기하게도 사람에 대한 애정도가 없으면 사람과 연계되는 일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물론 일말의 연민도 없이 커진 기업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붕괴된 모습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는 사건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땅콩 회항이고 역시나 대기업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진 않을테지만 기업의 몰 상식함과 인간성 결여를 증명하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재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가족과 주변을 사랑하며 불 필요한 일에 화내지 않고 살아가면 그 뿐이다. 안타깝게도 조직화되고 자본이 막대하게 투자된 기업 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건 힘든 일이다. 운영자가 교체되거나 조직 문화를 완전히 바꾸려는 노력이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격일 때가 많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문제에 필요 이상으로 과몰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