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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Sep 15. 2024

김포공항, 카멜리아힐, 포도뮤지엄

제주 여행 1일 차 (2024.9.13.)

김포공항

김포 공항에 새벽 5시쯤 도착한 것 같다. 아침 7시 10분 행 비행기였고 전날 폭우로 제주를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다행히 정상 운행을 해서 무사히 제주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고파서 간단하게 먹은 바게트 샌드위치와 트레비 탄산수. 너무 일찍 도착해서 2시간이나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따로 캐리어를 맡길 필요도 없었고 기내로 가지고 들어가서 더 빨랐다. 짐칸에 캐리어를 빼기가 좀 어려웠는데 다행히 항공기에 안에 계시던 외국인이 짐을 내려주셔서 감사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짐을 내려주신 분의 친절에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곤 한다.


 

편하게 간다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챙겨 입었는데 폭 좁은 좌석에 앉아 가면 항상 답답해서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게 된다. 이러니 장거리 비행은 곤욕이고 차라리 환승을 해서라도 걷고 싶을 때가 많다.



카멜리아힐

카멜리아힐 동선 안내표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여행지로 간 곳은 카멜리아힐이다. 카멜리아의 뜻은 동백꽃이고 10월 초부터 4월까지 피는데 여전히 후덥지근한 9월 중순에 도착했으니 꽃이 필리 만무했다. 대신 우거진 수풀과 작은 꽃들 그리고 높이 자라난 갈대를 볼 수 있었다. 내부 공간은 그리 넓지 않고 1시간 미만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은 그래도 좀 선선해져서 괜찮으려니 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볕이 뜨거워 모자를 안 쓸 수가 없었다.


 

유리온실

꽃 이름을 다 알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짙은 녹색 풀들 사이에 피어난 보라, 핑크, 노랑꽃들이 예뻐서 이 공간에서 좀 더 머물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1일 차 여행에서는 2시간만 자고 아침 8시 10분부터 오후 4-5시까지 서귀포를 연신 돌아다녀서 숙소에 와서 2시간 정도 잠시 쉬었다. 잠을 못 잤더니 눈알이 뜨겁고 빠질 것 같았는데 첫날 7군데를 다녀왔으니 피곤할 만도. 꼭 여행 첫날은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된다.




포도뮤지엄

포도뮤지엄 내 카페

제주에 가면 카페를 가든 미술관을 가든 정사각형 창에 짙은 녹색 나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그림 같아서 창 밖에 보이는 검정 돌담, 밭, 나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포도 뮤지엄은 추석기간 중에 무료 전시를 하고 있어서 입장료 없이 편히 관람했다.


뮤지엄에서 크게 볼만한 작품은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었고 나이가 드셔도 어린아이 같으신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 외 다른 작품들도 많았지만 이 사진을 보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언젠가 분명 나에게도 올 일이라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부모와의 이별'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사무칠정도로 슬픈 일이다. 죽음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인데 만약에 그 죽음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게 된다. 부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언젠간 죽을 테니 필요 이상으로 삶 자체를 고통스럽게 살아서는 안되고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행복을 느끼고 살면 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내 욕심, 열정, 욕망으로 인해 물질 만능주의나 자본주의적인 관념으로 냉철하게 지낼지라도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은 챙기게 되고, 여느 자녀와 다를 바 없이 틱틱거리긴 해도 결국 부모를 애증 하며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서로 함께 살 날이 그리 길지 않기에.



서울과 제주 사이에서


서울에서의 삶은 굉장히 치열하지만 제주는 관광객이 이따금씩 바글거리는 곳이 있을 뿐 경제 활성 지역은 아니다. 과열된 부동산과 급증한 물가로 빡빡하고 타이트하게 살 수밖에 없는 서울과 달리 제주도는 아주 조용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다만 제주도는 돈을 쓰는 곳이지 벌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에 왔다가 이내 서울로 돌아간다는 관광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래서 제주에 지사가 있는 회사를 다닌다든지 서울과 제주를 오며 가며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제주에 대한 환상은 너무 쉽게 갖지 않는 게 좋다고. 충분히 이해되는 바였다.


또 다른 정보로는 제주는 전 지역의 5%로만 중국인들이 구매한 지역이 있다고 한다. 뉴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많은 지역을 중국 사람들이 구매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다고. 이 부분도 확실한 정보는 아니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간혹 여행지에서 중국인들도 보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인 여행객들이 더 많긴 하다.


제주에 오면 서울에 있을 때 보다 마음이 평온하다. 휴가차 왔기 때문에 일을 잠시 내려놓고 있어서 느끼는 한시적 여유일 수도 있지만 제주에 오면 사람이 없고, 대체적으로 조용하며, 차들이 정말 없고, 바다와 밀접하여 언제든 골목 외각을 따라 바다를 보기도 쉽다. 자연과 아주 가까이 붙어있어서 답답할 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념무상으로 한참 바라보다 올 수 있다. 대신 홀연 단신 이 외딴섬에 와 지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제주에서 동네 친구를 만들긴 해야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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