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추석 밑은 일정이 타이트하다. 다행히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해서 마음은 편했다. 김포로 가기 하루 전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져 설마 결항되면 어쩌나 했다. 제주는 한림, 제주시, 동쪽의 구좌, 성산, 우도를 방문했지만 동남, 서남 쪽으로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하루 정도는 숙소에서 먼 거리에 있는 서귀포를 둘러보고 싶었다. 국내 여행인데 준비할 게 뭐가 있겠나 싶어 편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다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비행기표
티켓은 7월 정도에 예약했다. 성수기라 20만 원 정도였고 국내로 갈 땐 일반적인 저가 항공을 찾는 대신 장거리 여행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정적인 항공사를 찾게 된다.
차량 예약
차량 렌트비에 완전자차 보험까지 포함하면 40-50만 원이 넘어서 일반 택시를 예약했다. 내 개인 일정에 맞게 데려다주는 시스템이다. 기사님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려는 위치에 데려다주고 대기하시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와 주시는 시스템이다. 단순 차량 렌트보다 편하고 만약에 업무로 인해 일정상 예약할 시간도 없고, 뚜벅이로 다니는 게 힘드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제주는 뚜벅이 여행도 나쁘진 않지만 택시가 바로 잡힌다는 보장도 없고 바다는 그나마 해변가로 쭉 걷다 버스를 타면 되지만 오름은 쉽지 않다. 대신 뚜벅이 여행은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 느리게 걷는 만큼 온전히 그 지역 사람이 된 것처럼 제주의 색을 차분히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차로 슝슝 다녀버리면 놓치는 풍경들이 많아서 제주 만의 짙은 감성을 놓치기 쉽다. 제주에 머무는 이유는 오로지 휴식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명상하고, 오름에 올라 짙푸른 풀 숲 가운데 앉아 자연을 바라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고 이 아름다움을 볼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걸 직시하게 된다.
언젠간 죽고 어느 누구도 날 기억하지 못할 텐데너무 피곤하게 사는 건 별로다.하루하루 미션 클리어 하는 느낌으로 지내다가 제주에 오면 평화로움과 서울에서의 번잡스러움은 극명한 흑백 대비를 이룬다.
숙소 예약
한 5년 전부터 알고 있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코로나로 인해 어느 곳도 못 가던 때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봤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두리뭉실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책이 가득 쌓여있는 공간에서 잠을 청해 보면 어떨까 하여 예약한 곳이다. 보통 여행 갈 땐 책 한 권을 챙겨가는데 숙소에서 따로 책을 대여할 수 있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해변가와도 가깝고 서울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런던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 보통 제주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는 늦은 저녁 바비큐 파티나 술마시는 곳이 더러 있지만 조용하게 사색하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필사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필사의 뜻은 책의 문장 또는 구절을 똑같이 다시 써보는 작업을 말한다.
캐리어
캐리어가 몇 개는 깨지고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결국 기내용 캐리어를 하나 구매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캐리어인데 딱히 사용감이 좋다는 건 잘 못 느끼고 있다. 바퀴가 잘 굴러간다(?) 정도. 캐리어는 튼튼한 게 최고다.
수영복
겁이 있어서 수영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바다 여행을 가도 해변가에 나와 수영복을 과감하게 입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수영을 하지 않는 나의 기본적인 루틴이 지겨워서 수영복과 수경을 구매했다. 금년은 동적인 취미를 가지려고 내 인생 처음 적극적으로 시도한 해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재미도 전혀 못 느꼈다면 지금은 하나씩 배우면서 어떤 운동이 나한테 맞고 안 맞는지 알아가고 있다.
그중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러닝'이고 4개월 동안 타들어가는 여름 아스팔트를 뛰며 옷이 흠뻑 적셔질 때까지 뛰었다. 7분 페이스로 겨우 들어갔는데 아직도 러닝 초보다. 천천히 뛰다 보면 근육질의 남성분들이 보란 듯이 휙휙 내 옆을 추월해 나간다. 그럴 때마다 '아... 나도 저 정도는 뛰고 싶은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만의 속도와 호흡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진다. 난 고작 4개월이고 5-6분대로 가열하게 뛰는 러너들은 못해도 1-2년 이상은 경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4-5km 밖에 못 뛰지만 언젠가는 10km는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