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으로 조천읍에 위치한 한식당 오선에서 식사를 했다. 테이블 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도착했을 때 자리가 어느 정도 꽉 차 있었고 운영하시는 분도 바빠 보여서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인기 많은 한식집이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신선한 채소와 절인 전복 그리고 가볍게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밑반찬도 맛있었다.
푸짐한 한상 차림
나에겐 양이 많게 느껴져서 반찬 그릇을 다 비우지는 못하고 조금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거의 반 이상은 먹었으니 속이 든든하고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한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위장도 부담이 되지 않아 자연스레 채소 반찬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다랑쉬오름은 가팔라서 맞은편에 있는 아끈다랑쉬 오름에 들어갔더니 공사 중이다. 결국 한참 안으로 들어가다 입구로 다시 돌아 나와 나에겐 하드코어인 등산을 하게 됐고 오르면서도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닌데 싶었지만 나름대로 매력 있는 오름이었다.
다랑쉬오름에 가면 왼편에 간이 화장실이 있고 앞에는 주차를 하신 등산객들이 계신다. 나는 등산에 취약하여 오를 때마다 숨이 가파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아니 러닝을 그렇게 하는데도 이 모양이니 아무래도 운동은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고난의 길
'이것은 그냥 고통이다' 싶었던 오름길이었다. 기사님께서도 다랑쉬오름은 난이도가 있는 오름이라고 하셔서 짐작은 했지만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등산을 안 하니 등산 문화도 잘 몰랐지만 산에서 마주하시는 분들과 인사하는 것이 문화라며 기사님께서 알려주신 것이 기억났다. 또 말은 참 잘 알아들어서 '안녕하세요~'를 하며 삐질삐질 땀 흘리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람 부는 오름 위에서
다랑쉬오름에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계단 중턱 즈음에 평상이 하나 있는데 그 곳에 앉아 바람을 쐬면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끝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버렸지만 녹색 들판과 오름을 바라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름을 오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도대체 등산하는데 노래를 왜 들을까 싶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힘이 들어서 노동요가 필요하다. 왜 러닝도 그냥 뛰면 버티기가 힘들지 않나. 같은 논리다. 등산 좋아하시는 분들 혹은 하체 좋으시고 지구력 있으신 분들께 다랑쉬오름 추천드린다. 나는 분명하게 깨달았다. 다음엔 낮은 오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