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 어딜 가도 붐빌 줄 알았던 제주는 한산했다. 분명 김포공항에사람이 무지 많았던 것 같았는데 막상 섬에 들어가니 조용하다. 아마 내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가급적 피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자연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사색하고 싶었다. 사색이라 하면 대단한 생각을 할 것 같은데 특별히 그런 것도 아니다. 별 심각한 생각 없이 멍하게 바다, 오름, 하늘을 바라보면서 지난 시간 바쁘게 살아왔으니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여행은 스스로에게 깨달음을 준다. 낯선 곳이니 처음엔 어색하고 그날그날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될지도 한 번에 바뀌어버린다. 아주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아니 어떻게 혼자 여행을 다녀요?'라든지 '혼자 여행하는 게 대단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 도대체 뭐가 대단하다는 건가 싶어 물어보니 '혼자 다녀서 대단하다기보다 낯선 곳에서의 불안함을 즐기는 모습이 대단해 보여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나도 겁이 많은 사람이라 무엇을 하든 당연히 두려움은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선 곳에서 겪는 불안함 보다 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하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50-60대가 되었을 땐 인생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 너무 늙지도 않고 관절이 그나마 괜찮을 때 돌아다녀야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솔직히 여행 한 번 다녀왔다고 그간 지내왔던 삶이 변하거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건 없다. 다만 여행지에서 경험했던 것들로 에너지를 얻고 그 힘으로 다시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려 노력할 뿐이다. 서울에 돌아와 내가 갖고 있는 업무적, 지능적 한계를 하나씩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로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아보고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긍정적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