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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Sep 22. 2024

마음 따뜻한 택시 기사님

여행 중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첫 택시 기사님은 내 개인 일정에 따라오려 하시거나 피로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기사님을 요청을 드렸다. 좋은 마음으로 사진도 찍어주셔서 감사드리지만 여행 중에 원치 않은 말을 하고 싶진 않아서 다른 기사님으로 변경 요청을 드렸다. 변경된 기사님은 점잖으시고 가볍지 않으셔서 조용히 여행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기사님을 처음 뵀을 땐 조금 경계심이 있으셨고 자신의 일정이 중요하신 분이었다. 일정이 있어 저녁 7시 이후 차량 운영은 안 된다고 하신다든지 트로트나 라디오를 크게 틀고 가시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조율이 필요했다. 요청드렸던 부분은 '조용히 가고 싶고 돈을 낸 고객이니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님께서는 '왜 내가 트로트를 꺼야 되냐! 당신이 돈 냈으면 내가 듣고 싶은 라디오도 듣지 말아야 하는 거냐!'며 화를 내셨다. 그리고는 '그럴 거면 혼자 운전하지 왜 예약을 하냐!'는 것이다. 이에 '라디오는 꺼주셨으면 한다. 크게 틀어놓는 트로트는 듣고 싶지 않다. 저는 돈을 지불한 고객이니 꺼주시라'라고 재차 말씀드렸다. 기사님께서 앞으로는 혼자 운전하고 다니라 하시니 그 말씀도 참 일리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러고 나서 기사님께 정중하게 이유를 말씀드렸다. '서울에서는 피로하여 제주에 휴식을 하러 왔습니다. 트로트나 시끄러운 라디오를 들으면서 여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니 기사님께서 라디오를 꺼주셨고 조용히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 과정 중에서 기사님은 기분이 상하셨고 짜증이 난 상태셨다. '그래요! 끄면 되잖아요!' 하시며 라디오를 툭 꺼버리신 후에 한 5분 정도는 정적이 흘렀다. 그래서 감정이 상한 상태로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아얼마 지나지 않아 '라디오 끄고 운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연세가 어느 정도 되신 분들은 취향확고하시다. 그래서 1차적으로 '이걸 하지 말아 달라'라고 듣는 것 자체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럴 땐 찬찬히 설명이 필요하다. 다행히 기사님께서 점잖으신 분이시고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주실 수 있을 것 같으셔서 협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행선지로 이동하면서 인생 이야기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눌 수 있었다. 나쁜 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는 동문에 있는 커피 맛집 롤링브루잉에서 라테 한 잔을 사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매일 아침마다 들으시던 라디오와 트로트를 나로 인해 못 들으시니 얼마나 짜증이 나고 답답하셨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지 추천도 해주시고 일정에 전혀 차질 없이 도와주신 점을 감사드리고 싶었다. 마지막엔 '제가 기사님 좋아하시는 트로트도 듣지 말라하고 라디오도 못 듣게 해서 피곤하셨죠?' 하니 서로 웃음이  상태로 제주공항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항 게이트 앞에서 캐리어를 꺼내주셨고 악수를 청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 더 전했다. 사람은 이유도 없이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서 다툴 때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고지식하고 완고해 보여도 성품이 좋은 사람이진심은 통한다. 물론 안 통하는 사람은 끝까지 통하고 인간적인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럴 땐 별 수 없다. 그럼 그 정도까지만 하는 것이 좋다.


기사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다랑쉬 오름'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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