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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Oct 09. 2023

굼 백화점의 사계절

우리는 굼 백화점을 통해 러시아의 사계를 느꼈다

딱히 갈 곳이 없다면 굼 백화점에 가는 거지!


모스크바에서 살아본 지 몇달이 지나면 이제 유명한 명소들을 많이 돌아보아서 딱히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주말에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놀러갈 곳을 생각해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방문하는 곳은 거의 정해져있었다. 바로 굼 백화점.



국영백화점인 굼 백화점은 붉은 광장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도 좋고 또 간 김에 바실리 성당이나 한번 더 볼 겸 가게 되는 곳이다. 물론 안에는 쉽게 사기 어려운 고급품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막상 가도 쇼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러시아의 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굼 백화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계절마다 굼 백화점이 색다른 모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가 바뀌고 파는 물건들도 조금씩 바뀐다.


러시아의 여름


 특히 굼백화점 중앙에 있는 분수대가 가장 메인인데 계절마다 바뀌는 분수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이며 분수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러시아의 가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테마는 가을이었는데 호박으로 가득찬 분수대도 좋았지만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상품들을 가판대에서 많이 판매해서 실내에 있지만 시골 장터에 온 것 같은 흥겨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러시아의 겨울

 

 굼 백화점의 명물인 아이스크림도 굼백화점을 찾게 되는 이유이다. 나는 피스타치오맛을, 아내는 중앙아시아의 멜론인 드냐 맛을 좋아한다. 100루블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굼 백화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것 중의 하나이고.

 

굼 백화점 내에서는 최고급 화장실도 체험해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40~50루블정도의 이용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들과는 달리 몇백루블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화장실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또 한편으로는 또 내가 언제 이런 곳을 이용해보겠는가랑 프리미엄 화장실은 어떤 느낌인가라는 생각해 경험값을 치른다 생각하고 이용해보았다.


화장실은 향수가 뿌려져 있고 매우 청결한 느낌이었다. 바닥을 포함한 인테리어도 대리석이었던 것 같고. 안내문에는 고전양식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확실히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용변을 볼 수 있는 곳들도 널찍한 개인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최적이었다. 내 집 보다 더 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지.


  감동이었던 것은 손을 씻고 손을 닦는 수건이 구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는 주로 페이퍼타올로 손을 닦는데 이곳은 면으로 된 수건으로 손을 닦을 수 있었다. 집에서처럼 계속 걸어두고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한번 사용하고 아래에 있는 바구니에 사용한 수건을 넣는 방식이었다. 상주직원이 계속 세면대의 물기를 닦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을 보면 이용료가 비싼 것이 이해가 된다. 다만 두번을 이용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은 무료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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