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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Oct 09. 2023

모두가 사랑하는 미세르스키 공원

많이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던 그 공원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아 미세르스키


 모스크바에서 근무하게 된 후 줄곧 주변의 모든 지인들이 극찬하던 곳이 있다. 미세르스키 공원이다.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지만 현지인들이 모두 최고라고 일컫는 곳이다. 어느 장소든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 유독 이곳은 모두가 사랑하는 곳이었다. 호기심이 항상 동하는 곳이었으나 막상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려운 곳이라 후순위로 밀리던 곳이었다. 결국 모스크바를 떠날 날을 받아놓고나서야 가게된 곳.



  모스크바에서 차량을 구입하거나 공유차  서비스를 이용하여 운전을 할 수는 있었지만 굳이 운전을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고 후처리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아내의 의견. 그나마 말이 조금 통하는 일본에서도 가벼운 접촉사고 때문에 마음이 널뛰기 했던 것을 보면 아내의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


  공원에 가기 위해 결국 택시를 이용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유독 차가 막혔고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 보다도 진행속도가 느렸다. 걷는 것 보다는 몸이라도 편하니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거야 우리의 입장이었고 시간이 돈인 젊은 택시기사의 얼굴에서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 초조함은 나에게 미안함과 불편함으로 다가왔고.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렇게 미안할 필요까지는 없었더라. 추가된 시간만큼 알짤없이 요금에 추가되었다. 이럴거면 대중교통으로 이용가능한 다른 공원을 갈 것을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공원 안에 들어와보니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명실공히 모스크바 최고의 공원이라 할만한 곳.





 공원 안쪽 숲 속에 작은 카페가 있고 차에 뜨거운 물을 공급하기 위한 사모바르가 스스로의 몸을 열심히 데우고 있었다. 상쾌한 공기 속에  마시는 차 한잔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었다. 시간과 여유만 있었다면 하루종일 있고 싶었다.




 공원의 규모는 하루에 다 돌기 어려울 만큼 매우 컸다.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체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작은 연못 있는 방향으로 산책하기로 했다. 연못 주변에는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또 몇몇은 연못 둘레의 데크길을 따라 걸었다. 주말 한낮의 평온한 풍경이다.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치원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동요가 숲속을 걸어요였는데 그래서인지 모스크바에 와서 자주 숲을 걷게 되는 것 같다. 숲이 우거지다 못해 태양을 가려 어둡고 조용한 그들만의 공간을 구축했다. 아내와 도란도란 산책하다가 옛날 사람들이 이래서 해가 지면 숲이라는 공간을 두려워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의 상상력 속에서는 숲이란 공간이 마녀가 살고 아무리 돌아도 출구가 나오지 않는 미로였을테니. 숲은 그들에게 있어 문명세계 밖이었으므로. 당장 지금 우리도 지도앱이 없으면 한참을 헤멜 터였다. 위대한 자연이 문명화를 거쳐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되었지만 그것이 자연에게도 좋은가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겠지.





 숲을 빠져나와  비교적 큰 호수를 만난다. 수영이 금지되어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호수 주변에는 작은 백사장도 만들어져 있어서 제법 해변 분위기가 난다. 호수가에 오붓하게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커플도 보이고. 다른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흐뭇한 감정이 드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참 많이 여유로워지고 건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숲을 많이 걸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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