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넙죽 Jan 24. 2023

차르의 별궁, 짜리찌노

차르의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모스크바 제일의 공원, 짜리찌노


 모스크바에서 방문한 공원 중 최고는 역시 짜리찌노이다. 이곳은 원래 공원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 차르의 별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반한 예카테리나 여제의 명으로 건설되기 시작하였으나 건설 도중 별궁으로서의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방치되다가 시민의 공간으로 개방되었다.



 별궁으로서의 효용은 없었을지는 모르나 공원으로서의 매력은 컸다. 공원 입구에서 보이는 탁트인 시야는 시원한 기분이 들게하며 가끔 불어오는 산들 바람은 기분을 좋게 해준다. 공원 벤치 곳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 빈 곳을 찾기가 어렵다. 모스크바에서 봄과 여름 기간 동안 공원을 찾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공원에는 연인, 친구, 가족 등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또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그들의 삶의 한순간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공원 중간에 흐르는 강 위에 만들어진 분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물을 뿜어내는 분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직 공원 초입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분수 근처에 앉아 아내와 한없이 재잘대고 싶었으니까. 어렵사리 몸을 움직여 공원 중앙에 하이라이트인 궁전이 보인다.


 별궁으로 적합하지 않아 버려진 궁전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외관이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주변의 녹음과 어우러진 풍경도 일품이다. 나는 공원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렇다할 랜드마크 없이 자연물만으로 채워진 공원보다는 기억에 남을만 한 건축물이 있는 곳을 더 좋아하는데 궁전이 랜드마크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궁전을 지나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길이 계속 이어졌다. 원래라면 차르의 궁전에 딸린 정원으로서 그 기능을 했겠지만 지금은 시민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주는 산책로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일상의 고민을 덜어내는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아무생각 없이 걷는 것을 선호한다.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민하던 문제들의 실마리가 갑자기 풀리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제일 건강했던 시기가 하루에도 몇번씩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할 수 있었던 때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채워 산책하기 어려워서 왜인지 모르게 몸이 무겁고 마음도 울적했었다. 잠시나마 러시아에 살며,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다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은 아직도 미세먼지에 고통받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디 한국에서도 이곳에서와 같이 푸른 하늘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날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공원 나들이에는 간단한 점심, 핫도그


  모스크바의 공원들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간식을 많이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리키 공원에서는 솜사탕노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면 짜리찌노에서는 핫도그 가게가 많았다. 슬슬 점심시간이 되기도 했고 평소보다 많이 걸었기 때문에 배가 고파왔다. 노점에서 핫도그를 하나 주문해 벤치에 앉아 점심을 해결했다. 음식 자체의 맛이 있는 것은 당연했고 분위기가 만들어주는 기분이라는 것도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였다.  게다가 끼니를 해결하는 매우 간단한 방법이 아닌가! 물론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유원지에 놀러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차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러시아의 레스토랑들의 수준높고 종원원들이 친절하기는 하지만, 격식을 차리기에는 부담스러운 날일 때에는 레스토랑 방문이 꺼려지기는 하다. 음식의 가격적인 측면도 노점이 조금 더 저렴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팁 때문이 아닐까. 대부분의 유럽 레스토랑에서 음식 가격의 10퍼센트 정도 선에서 종업원에서 팁을 주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항상 팁을 줄 때마다 얼마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계산서가 담아져 나오는 자그마한 깡통이나 케이스를 마주할 때면 팁의 압박을 느끼고는 한다. 러시아 레스토랑의 서버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응대가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 기분좋게 팁을 주고 오지만. 때로는 팁을 줘야 하는 식당인지, 아니면 주지 않아도 되는 업장인지가 헷갈릴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캐주얼과 포멀의 경계에 있는 식당들을 말하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현지 직원에게 구별법을 물어보았는데, 전담 서버의 유무와 음식을 가져다주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한다.  아직도 어렵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가  상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부인 것 같다.   


이전 17화 이반 뇌제와 콜로멘스코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