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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Jun 02. 2018

의회 민주주의는 영국에서 싹트고

영국 민주주의의 발전

영국 의회 이야기


 영국의 의회는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존재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의 대혁명이 국민이 직접 그들의 대표를 뽑는 직접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렸다면 영국의 의회는 의회 민주주의에 많은 영향을 미친 존재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양상도 프랑스와 영국은 전혀 달랐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혁명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빠르고 과격하게 진행되었고 그들 스스로 왕을 세웠다가 그들이 세운 왕을 끌어내리기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영국의 민주주의는 왕과 의회의 끊임없는 갈등과 타협으로 발전해왔다.


   물론 처음부터 왕실과 의회가 타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왕실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회를 못마땅해했고 의회는 자신의 마음대로 예산과 군대를 주무르는 왕실을 못마땅해했다. 여러 갈등 속에 의회는 자신들의 권리를 왕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했다. 


  의회는 플랜태저넷 왕가의 존 왕 때부터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들 의회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스튜어트 왕가의 찰스 1세는 그들의 힘으로 목을 잘랐다. 마찬가지로 의회의 의견을 무시했던 스튜어트 왕가의 제임스 2세 또한 그 끝이 좋지 않았다. 의회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는 왕 대신 네덜란드에 있는 왕의 딸인 메리와 그 사위인 윌리엄을 데려와 왕 자체를 바꿔버리는 명예혁명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의회의 권리를 다시 공인받는 권리장전을 얻어냈다. 이처럼 의회는 조금씩 조금씩 점진적인 방식으로 의회의 힘을 키워왔던 것이다. 물론 두 나라 모두 자신들의 왕의 목을 잘랐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프랑스는 루이 16세의 목을, 영국은 찰스 1세의 목을 잘랐다. 


  그러나 프랑스는 사회 전반을 뒤엎는 진통을 겪은 끝에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지만 영국은 사회 체제가 전반적으로 뒤바뀌는 격변 없이 민주주의가 도입되었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영국의 왕실은 의회의 대표성을 존중했고 의회 또한 왕실의 권위를 존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에는 아직까지 왕실이 존재할 수 있고 의회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른바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파트너 관계라고나 할까.


  이러한 파트너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영국 의회 건물 서쪽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타워이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잘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실 엘리자베스 타워는 우리가 빅벤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시계탑이었다. 빅벤이라는 익숙한 이름 대신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여 그녀의 이름을 딴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시계탑에 붙인 것이다. 왕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왕가 또한 의회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영국의 방식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주체가 국민이 아닌 의회였고 의회의 구성원들 자체가 사회의 상류층들이었기 때문에 온 국민이 평등해지는 프랑스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아직까지 영국에서는 직업이나 가문에 따른 계급의식이 사회 전반에서 사라지지 못했다. 이 점은 영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현재 공사 중인 엘리자베스 타워
영국의 의회
템즈 강변에 위치한 의회와 엘리자베스 타워(구 빅벤)


영국의 양원제


 영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계급의식이 남아있다. 계급 별로 생활에 필수적인 화장실을 지칭하는 단어까지 다를 정도니까 계급의식이 그들에 뇌리에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혔는지 잘 알 수 있다.

 

  영국의 의회 구조도 이 신분제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영국의 의회는 상원과 하원 등으로 이루어진 양원제를 취하고 있다. 하원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지만 상원은 신분에 의하여  정해진다. 물론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하원이 보통 강한 권한을 가지지만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선택이 아닌 신분에 의해서 의원 자리가 보장된다니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 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마도 원래 영국의 의회가 귀족들이나 유력자들의 합의체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직까지 여왕이 존재하고 귀족 작위가 수여되는 나라를 우리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수백 년 역사를 이어온 그들의 특수성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영국의 양당제


 영국 의회는 전형적인 양당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양당제란 영국에 존재하는 정당이 오로지 두 개의 당만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정당이 두 당 정도 있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영국의 두 정당은 보수당과 노동당인데 말 그대로 보수당은 보수 성향에 점진적인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정당이고  노동당은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급진적인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보수당의 유명 인물은 마가렛 대처가 있다. 마가렛 대처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최저가 입찰 등의 원칙을 내세워 정부의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꾀했다. 이로 인해 영국 정부의 재정은 건전성을 회복하였으나 그것이 영국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었다고 평가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노동당에서 유명한 인물로는 토니 블레어가 있다. 마가렛 대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시장의 자율성에 맞기는 기존의 작은 정부 기조에서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민주주의 혹은 제3의 길을 주장했다. 영국은 현재 이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하고 있다.


완벽한 여행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달린 것


  여행 중에는 행운이 따를 수도 있고 불운이 따를 수도 있다. 행운이 따를 때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기쁨이, 불운이 따를 때는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좌절감이 동반한다. 특히나 가까운 국가가 아닌 먼 국가를 여행할 때에는 내 짧지 않은 삶 중 이곳을 방문할 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의 여행이 완벽했으면 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바람을 가지게 된다. 특히나 이제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의 신분에서, 더 이상 20대가 아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등의 가정을 꾸려가야 할 30대의 입장에서의 유럽 여행은  점점 부담스러워 지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이 완벽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더했다.

 

  그러나 어떻게 삶에 좋고 완벽한 일만 일어나겠는가. 이번 여행을 위해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일정을 짜던 중 우연히 엘리자베스 타워(구 빅벤)가 보수를 위한 공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미 여행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수정할 수도 없었다. 공사기간도 꽤 길어 2020년에도 공사가 끝날지 모르는 대공사였기에 언제 다시 온전한 엘리자베스 타워를 볼 수 있을지 몰라 꽤나 속이 쓰렸다. 엘리자베스 타워의 공사가 제 때 끝난다 하더라도 내가 그때에 다시 런던에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내가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 아무래도 장거리 여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이 넘으면서 주변의 친구, 동생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을 많이 보다 보니 그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더 이상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져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장가가기 전 열심히 여행을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매번 치열하게 여행하고 기억에서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지도.

 

  쓰라린 속을 안고 영국에 도착해 공사 중인 엘리자베스 타워를  보자 역시나 공사 중인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영국 의회 또한 보수공사에 들어간 모양이다. 완벽한 모습의 엘리자베스 타워와 의회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공사 중인 모습이 생각했던 것보다 흉물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엘리자 베스 타워를 봤을 뿐 그것이 엘리자베스 타워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냐고. 그리고 공사 중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행운일 수도 있다. 불운이던 행운이던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

 

 이번 여행에서 공사 중인 엘리자베스 타워를 본 것이 불운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영국에서 쉽게 얻지 못하는 다른 행운도 얻었다. 바로 여행기간 대부분 해가 비추는 청명한 날씨였다. 보통 영국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이 곳을 방문한 시기의 영국은 내내 맑고 청명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생은 좋은 것만을, 나쁜 것만을 주는 법이 없다. 세상의 일들을 조금 더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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