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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Jun 19. 2018

영국의 명문 대학 옥스포드

영국을 넘어 세계의 대학으로

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


 한창 영어 공부하던 이십 대 초반 시절. 두꺼운 영단어를 열심히 외우며  외국인 친구들에게 신나게 써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한 외국인 친구는 나에게 말했었다. 넌 너무 옥스퍼드 영어를 쓴다고. 그때 나는 옥스퍼드식 영어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무슨 의미인지. 그때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고급 언어지만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고리타분한 영어. 그 친구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겠지만 서양권에서는 옥스퍼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지만 꽤나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모인 곳. 우리나라의 책벌레나 학자가 가지는 의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유럽에서는 대학들이 평준화되어 이른바 명문대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영국을 포함한 영미권에서는 명문대가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아이비리그가 있고 영국에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있다. 아마도 영미권에서는 아직 엘리트 의식이 사회 전반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나에게도 옥스퍼드란 전 세계의 뛰어난 수재들이 모이는 지식의 요람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영국에 온 김에 옥스퍼드에 들러보는 것도 꽤나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곳곳에 고풍스러운 대학건물들이 즐비해있다.
옥스포드의 명물, 카팍스 타워


수재들이  공부하는 공간, 레드클리프 카메라와 보들리안 도서관


  나는 지방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학원의 수업을 듣기보다는 자습을 주로 했었다. 나에게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더 받는 것보다 이미  받은  가르침을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좁은 교실에 낡은 책상과 의자가 놓인 교실이었지만 교실에서 연습장을 펴고  그날 배운 것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래도 그날은 무엇인가 내 것으로 만든 것 같아서 꽤나 마음이 뿌듯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에도 업무에 대한 계획을 짤 때 연습장이나 흰 종이에 끄적이는 것부터 시작하고는 한다.


  평범한 나도 그럴 것인데  옥스퍼드의 수재들에게도 자습의 공간은 중요하지 않을까. 옥스퍼드의 자습실이자 도서관 열람실은 레드클리프 카메라이다. 자습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풍스럽고도 아름답다. 공부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왕가의 별장에 딸린 건물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이런 자습실이라면 조금 더 자주 공부하러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아니면 자습실에서 학우들과 사랑을 꽃피우고 싶어 하려나.


  레드클리프 카메라 너머로 보들리안 도서관이 보인다. 이 도서관은 수재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곳답게  꽤나 많은 장서량을 자랑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 도서관에서는 영국에서 출판되는 도서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정도란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다양하고도 방대한 도서들과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니 공간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판단만 하는 존재이던가. 책장에 꽂아놓고 방치한 책도 언젠가 읽게 되더라.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우연히 제목 한 줄에 끌려 읽은 책이 인생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보들리안 도서관에 꽂힌 먼지 쌓인 책 하나와 그 책을 우연히 읽은 옥스퍼드 학생 하나가 세상을 바꿀지도.


레드클리프 카메라와 보들리안 도서관
보들리안 도서관의 안뜰


모두가  우등생일 수는 없지. 탄식의 다리


 옥스퍼드에는 재미있는 명소가 하나 있다. 탄식의 다리다. 베네치아에 갔을 때 산 마르코 광장 근처에서 본 탄식의 다리와 그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와는 달리 옥스퍼드의 탄식의 다리는 물 위가 아닌 도로 위에 있다는 점과 탄식의 주체가 베네치아에서는 죄수들이었다면 옥스퍼드에서는 낙제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분명 옥스퍼드에 갈 정도면 우등생일 텐데 낙제라니 믿기지 않지만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재들이 모인 곳에서도 우열은 갈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항상 낙제를 하던 학생보다 자신들의 고향에서는 나름 수재 소리를 듣던 학생들이 낙제할 때 충격이 더 크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탄식의 다리를 바라볼 때 왜인지 모를  큰 한숨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다.



도시 자체가 대학교인 옥스퍼드


  우리가 떠올리는 대학교란 하나의 거대한 부지를 가진 캠퍼스인 경우가 많다. 하나의 캠퍼스 안에는 온전히 그 대학의 시설들만이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캠퍼스의 개념은 미국에서 온 것이다.


  유럽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대학 자체가 종합대학이 아닌 법학자, 의사, 신학자 등 특정 직업인들을 양성하기 위한 단과대학에서부터 시작한 곳이 많다. 때문에 도시 곳곳에 대학의 건물들이 흩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옥스퍼드도 그랬다. 도시 전체가 대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시를 거닐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대학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 강의를 듣거나 도서관 한번 가려면 무지하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옥스퍼드 학생들은 자전거를 참 많이 타더라.


  옥스퍼드의 대학 건물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이다.  성당이자 대학인 곳이라는데 영국의 총리도 꽤나 많이 배출한 명문 대학이란다. 학생들이 현재까지도 식사를 한다는 거대한 연회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옥스퍼드에서 만난 대학 건물들 하나하나 거니니 잠시나마 다시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명문대학이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옥스퍼드에 와보니 대학시절 생각이 난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좋은 대학이 나의 인생과 행복을 보장해줄 것만 같았다. 운 좋게도 어렸을 적부터 교육에 신경 써주신 부모님 덕분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 중에서 서울로 대학을 간 몇 안 되는 아이였던 나는 그래도 이제 내 인생에 큰 어려움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니 취업이 기다리고 있었고 취업하니  승진이라던가 결혼이라던가 하는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더라. 인생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학생일 때 필요한 능력일 뿐이고 직장에서나 인간관계에서는 또 다른 능력들이 필요했다. 다시 말하면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여 행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니 명문대를 가지 못 했다 하여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학생일 때는 나보다 좋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는 부러워하면서도 그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남들과 비교할수록 나만 불행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나의 삶이  더 소중해졌다. 공부를 열심히 해 명문대학에 가면 좋았겠지만 못 갔다 하여 내가 의미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대학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기에는 당신과 내가 가진 가치는  너무도 크니까.



옥스퍼드 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놀까


 학생은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쉬고 노는 것도 중요하다. 옥스퍼드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노는지 궁금해졌다. 옥스퍼드의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그 궁금증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작은 배를 타고 긴 노를 젓는 펀팅을 하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의 뱃놀이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잔디밭에서 동기끼리 둘러앉아 마시는 막걸리만큼이나 낭만적이다. 배가 뒤집어질 때는 낭만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떠하랴! 청춘 때는 무엇을 해도 재밌으니까. 배가 뒤집어져도 학우와 한번 웃어버리면  그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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