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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아기와의 외식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5

by 마마튤립

아기와 함께하는 요즘은 외식도 그렇게 편치만은 않다.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다지만, 아기랑 갈 때는 우리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른다기보다 깔끔하고 쾌적하여 아기와 가기 좋아 보이는 곳을 찾게 되는 요즘이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출산하러 가기 전 날, 구워 먹는 고깃집을 가서 최후의 만찬을 누리고 왔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식당에 놓여있는 아기의자가 눈에 참 잘 들어온다.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러 온 다른 엄마아빠들도 보이고 말이다. 뭐든 정말 경험해 봐야 알게 되는 법이다. 엄마아빠가 되니 아기 친화적인 공간을 절로 찾게 되고, 식당에서 다른 아기 엄마아빠를 보면 괜히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한 후부터 아기과자(떡뻥)를 주기 시작해서, 외식을 할 때 떡뻥을 쥐어주면 엄마아빠의 식사를 꽤나 잘 기다려준다. 집에서는 떡뻥을 많이 주지 않지만, 외출 시에는 입에서 떡뻥이 다 녹기가 무섭게 바로 다음 떡뻥을 쥐어준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식사에 방해가 되게 '꺅- 꺅-' 소리를 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엄마아빠가 먹는 게 맛있어 보이는지, 입에 침이 가득 고인 채로 음식을 빤히 볼 때가 있어 주는 것도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런 불편함도 차차 사라지겠지?' 하고 생각하면 지금의 불편함이 그렇게 힘든 건 또 아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외식하며 맛있는 걸 나누는 즐거움을 조금씩 누리기 시작할 테고, 더 크면 함께 외식하는 게 너무나 당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때가 오면, 아마 아기의자에 앉아 떡뻥을 쥐고 엄마아빠의 식사를 기다리는 아기를 보며, 우리 아기에게 '너도 아기 때 저랬어!~ 귀엽지'! 하고 그 시절 우리 아기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을 것만 같다.


지금 이 시기니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불편하게 느끼지 말고 소중하게 느낀다면, 이 또한 즐거운 시간들로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외식을 할 때 아기의자를 찾는 시기도 그렇게 오래는 아닐 것이다. 엄마아빠의 음식을 보며 침을 흘리는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아두고, 나중에 함께 맛있는 걸 공유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이야기 해줘야겠다. 이가 뿅뿅 여섯 개밖에 나지 않았던 아가시절의 너는 엄마아빠가 식사하는 걸 바라보며 입에 한가득 침이 고이곤 했다고 말이다. 이건 아기를 놀리는 건가? 하하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아기 놀리기가 가장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다섯 번째 날이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전.

오랜만에 브런치를 먹기 위해 세 식구가 밖을 나섰다.

10:30분에 도착한 브런치 가게에는 이미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행히 아주 좋은 자리가 딱 나와서, 유리창 너머로 초록이 무성한 공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기와 함께 가면 남편과 여유롭게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모처럼만의 브런치를 즐기니 기분이 좋았다.


한 번 앉으면 수다 떨기 바쁜 우리는, 아기가 생기고 난 뒤 목적 달성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곤 한다.

만약 아기가 아기띠 안에서 코- 잠을 잘 자면 잠시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쉽사리 여유를 주는 편은 아니다.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로운 오전의 느낌이 좋아서 남편이 아기띠를 하고 아기를 재워보려 했으나, 쉽사리 잠에 들지 않는 아기 때문에 앉은 지 40분이 될 무렵 자리를 떠야 했다. 몹시 졸렸던지 차에 타자 마자 집에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이내 단잠에 빠졌고, 집에 돌아와 깊은 숙면을 취했다.


그래도 조금씩 커가는 아기 덕분에 우리의 활동 반경이 차차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함께 먹을 것도 아주 많-이 남아있고, 함께 갈 곳도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글을 쓰다 보니 모든 게 처음인 아가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먹여주고 보여주고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게 나를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이 뒤이어 들며, 순간 마음이 뜨뜻해진, 그런 감동적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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