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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하는 모든 ‘첫’ 공간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6

by 마마튤립

아기와 함께하면 나에겐 익숙했던 곳들도, 꽤나 새롭게 느껴지곤 한다.


아기에게는 ’첫-‘이라고 붙여지는 공간이 참 많아서, 아마 그 공간들을 모두 적어보자면 몇 시간이 걸려도 완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엔 아기가 너~무 작아 함께 차를 타고나서는 첫 외출도 몹시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어, 차에 전광판을 달아 ‘아기가 첫 외출을 나섰습니다! 안전 운전하며 느릿느릿 가고 있으니 양해해 주세요~!’라고 작성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하진 못하니 남편에게 연신 안전운전, 정속운전을 신신당부하였다.


세 식구의 본격적인 첫 외출은 코엑스였는데, 아기의 칠십일 경 방문했던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는 겨울을 맞아 금빛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창이었다. 눈도 잘 뜨지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와 첫 코엑스 방문 기념 인증사진을 찍겠다고 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데, 이내 아기가 으앙 하고 울어서 재빨리 후퇴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기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사하고 싶은 엄마아빠의 마음이었지만, 행여나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아기가 불편한 느낌을 갖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의 외출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종료되었다.


그리고 아기의 사 개월 즈음,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기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 처음 방문을 했다. 우리 아기의 첫 장거리 외출이었다!


아기의 첫 방문을 몹시도 기다렸던 우리 아빠는 A4용지에다가 - ‘천사님! 할머니 할아버지 집 첫 방문을 환영합니다!’ 2024.01.13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고 써놓으시곤 현관문에 종이를 떡하니 붙여 놓으셨다. 그 환영문구가 몹시도 귀여워, 아기와 함께 나오게끔 해서 그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다.


엄마아빠께서는 아기가 집에 방문하는 날을 오매불망 기다리셨기에 몹시 신이 나셨는데- 아기는 처음 들어선 공간이 너무나 낯선지 울음을 그치지 않고 계속 울어서, 모든 가족들이 혼비백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렇게 첫 외출들은 보통 빠르게 종료되었지만, 두세 번 이상 같은 곳에 방문하다 보니 아기도 조금은 낯선 게 사라지는지 그 공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공간이 익숙한 것도 있을 테고, 아기가 조금씩 커나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편안하고 아늑한 엄마 뱃속에서 열 달가량을 있다가, 시끄럽고 정신없게 느껴지는 세상을 하나하나 경험해 나가려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나씩 적응해 가는 아기가 마냥 대견할 뿐이다.


이제는 전보다 많이 컸는지, 새로운 공간에 가면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구경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곳들이 얼마나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면 몹시 설레기 시작한다. 벌써 몇 곳을 리스트업 해놓고, 아기와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기의 손을 꼭 잡고 세 식구가 함께 할 모든 곳들에서,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들을 담아 오길 바라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서른여섯 번째 날이다.


오늘 아기와 처음으로 아쿠아리움을 방문했다.


매일 그림책으로만 만나던 물고기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근두근 궁금해하며 입장한 아쿠아리움!


처음엔 신기한지 이리저리 물고기들을 구경하다가, 사방이 수족관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물고기를 자세히 보여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니 ‘으앙-’하고 금세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 아가야!’ 하며 한걸음 물러나, 아기띠 안에서 앞쪽을 보고 있는 아기의 몸 방향을 내 품 쪽으로 바꾸어 안아주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는지 또 두리번두리번 열심히 구경을 이어갔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벨루가와 대형 수족관이 나올 차례! 그 두 개를 위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라, 아기가 몸이 조금씩 축 쳐지기 시작한다. 안돼! 하고 바운스를 주며 아기를 깨우는 시늉을 했지만, 최종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아기는 품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아기의 꿈속에서 예쁜 돌고래 벨루가와 환상적인 해양 생물들이 가득한 대형 수족관이 나왔을까?


우리의 첫 아쿠아리움 견학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할 이유가 생겼다! 우리 함께 하이라이트를 감상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이다.


아기와 함께 간 첫 아쿠아리움은 나에게도 조금은 남달랐다. 오직 나의 호기심만을 위해 물고기를 구경하고 신기해했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오늘은 나의 시선보다 아기의 시선을 더 유심히 보며 구경을 해나갔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에서 아기의 시선으로 옮겨져서 보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하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처음 간 곳이라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지 울음을 터트려버린 아기이지만, 다음번 방문할 때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클 테니 물고기 친구들을 재미있게 구경하겠지? 하고 생각하니, 아기가 더 자라면 빨리 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커졌다.


‘아기야, 무럭무럭 더 자라서 엄마아빠랑 오~래동안 물고기 구경하러 또 가자! 그리고 오늘도 처음 간 곳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 애써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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