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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구세주가 와도, 엄마는 쉴 틈이 없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7

by 마마튤립

육아 구세주인 엄마 아빠가 집에 찾아오시는 날엔, 전날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기와 온전히 함께하는 매일은 정신없이 잘도 흘러간다.

때문에, 우리 엄마아빠의 도움이 손길이 닿는 날에는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기에, 그날이 오면 나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진다. 비록 편히 쉴 수 있는 게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설거지만 해도 그렇다. 부엌에 서있으려고만 하면 거실에서 놀던 아기가 쫄래쫄래 기어와 다리를 붙잡고 서있는 탓에, 아기가 혹여나 쾅하고 뒤로 넘어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설거지를 하게 되기 때문에 마음이 무척 불안하다. 그러다가 인내심이 다한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하면, 나의 설거지는 그 즉시 영업종료가 된다.

그러나 아기를 봐주실 엄마아빠가 계시면, 온전히 설거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뽀득뽀득 그릇 닦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른 곳에 마음 쓸 필요가 없어진다.


일도 마찬가지인데, 아기가 잠든 낮잠시간이 되면 조심조심하며 일을 하고 있다가 아기가 잠에서 깬 신호를 '으앙-'하고 들려주면 곧바로 아기와의 시간이 다시금 시작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남짓의 낮잠을 자니, 그 시간 안에 마치 첩보작전을 벌이듯 일을 해야 한다. 언제나 달려갈 마음의 준비는 필수이다.

이 또한, 엄마아빠가 아기를 봐주고 계실 때면 아주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어 그 또한 기쁨이 된다.


그저 내가 하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아기를 키우지 않았으면 알 수 있었을까?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감사할 일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짐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면 나는 침대에서 푹 자거나 또는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 상상과 다른 법. 오히려 밀린 집안일이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느라 더 바빠, 쉴 틈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잠시나마 아기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때가, 내게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아기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 절대 아니다.

그저 아기 돌봄과 할 일이 분리가 될 수 없음에 조금 힘듦을 느끼는 것뿐, 아기와의 시간은 날이 갈수록 벅차오르게 즐겁고 행복하다.

언젠가, 우리 아기가 훌쩍 커서 엄마랑 놀아주지 않을 때가 분명 올 테니- 엄마 품을 찾는 지금 많이 안아주고 많이 사랑해 주고 많이 놀아줘야겠다.


언제까지나 육아와 나의 할 일들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있는 것이 결코 아닐 테니 말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서른일곱 번째 날이다.


짜잔! 육아 구세주인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신다고 하셔서, 아침부터 들뜬 오늘이다.


오후시간이 지나갈 무렵 찾아오신 엄마를 맞이하기 위해, 아기를 안고 잠시 현관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아기야, 할미가 오실 거야~! 우아 거의 다 올라오셨다! 할미~ 어서 오세요~!' 하고 말하고 나니, 우리 집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짜잔~ 문이 열렸다.


할머니를 본 아기는 내 품 안에서 발을 아주 힘차게 동동 구르며, 신이 나는지 아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를 보았다. 아기의 격한 환영에 너무나 기쁜 우리 엄마는 후다닥 손을 씻으시고, 두 손을 내미는 아기를 폭 안아주셨다.


엄마가 옷을 갈아입으셔야 해서 '아기야~ 할미 옷 갈아입으셔야 하니 잠깐 엄마한테 와!'하고 말해도, 아기는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딱 붙어 떨어질 생각이 없다. 귀여운 녀석!

나의 사랑하는 두 여자가 꼭 붙어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기와 할머니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사이, 나는 편안하게 밀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그리고 이미 한 번 했지만, 청소기를 한 번 더 밀었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 티가 많이 나기에 부지런히 해야 그나마 본전을 찾는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찾아와, 아기의 밥을 먹이고 씻기고 나니 하루가 끝이 났다.

이렇게, 엄마가 찾아와 주신 덕에 어제는 기대감에 행복하고 오늘은 함께함에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었다.


내가 힘들까 봐 언제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해주시는 엄마아빠 덕에 마음이 늘 든든하여 열심히 육아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나 함께 애쓰는 남편도 물론이고!)

언젠가 분명 그리워할 지금을, 후회 없이 즐겁고 열정적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보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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