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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게 좋아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9

by 마마튤립

어릴 적 나는, 반짝반짝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했다.


특히 가장 좋아했던 건, 반짝거리는 스티커!

문구점에 가면 온 천지가 반짝이 스티커로 가득해서, 그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을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거 들었다 저거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하나를 손에 꼭 쥐고 나오던 그 시절의 내가 눈에 선하다.


그렇게 하나씩 모아간 반짝거리는 스티커는, 하나씩 떼어 쓸 때마다 비어있는 칸을 보는 게 괜스레 아쉬워 다이어리 속에 차곡차곡 쌓아가기만 했다.


정말 쓰고 싶을 땐 가장 예쁜 걸 남겨두고, 마음속 2순위 스티커를 쓰며 가장 예쁜 스티커는 떼지 않은 채로 눈요기를 했다. (나는 가장 맛있는 것도 처음부터 먹지 않고 꼭꼭 남겨두었다가 거의 마지막에 먹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렇게 반짝이는 걸 좋아했던 나는 이제 스티커를 모으지는 않게 되었고 어느새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달과 별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어쩌면 어릴 적에도 달과 별을 좋아했을진 모르겠지만,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이 없는 걸 보면 하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싶다.


여하튼, 밤하늘 달과 별- 특히 별을 좋아하는 지금의 나는 미세먼지가 없는 청명한 날, 시원한 날이 찾아오면 밤 산책을 하다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자주 들여다본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반짝이는 별들이 조금씩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무한한 우주를 상상해 본다.


‘우아! 저것 좀 봐! 우아 저기도 엄청 반짝거려!’ 하며 산책 동행자인 남편에게 별을 함께 보기를 제안해 보지만, 사실 나 만큼 별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별구경을 오래도록 이어가진 않는다. 그래도 남편은 나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내게 동화되었는지, 자연에 꽤나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우아 여보도 이제 나무랑 꽃에 꽤 관심을 갖네?’ 하고 즐거워하며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각설하고- 이렇듯 나는 반짝이는 밤하늘을 아주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심은 밤이 되어도 완벽히 잠들지 않아서, 캄캄한 밤을 온전히 즐길 순 없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달과 별을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는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 되면, 별을 찾아 이 도심을 떠난다. 겨울에는 내가 좋아하는 오리온자리를 만날 수 있고, 또 이 도시를 벗어나면 정말 황홀한 별천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덕에서 보았던 무수한 별들


반짝이는 건 다 예쁘다. 그중에서 밤하늘의 달과 별이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내 손에 담아볼 수 없기 때문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는 그런 반짝거리는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아홉 번째 밤이다.


12시가 넘은 밤, 거실 커튼 너머 초승달이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있어 커튼을 걷어보았더니- 마치 그림으로 빛나는 별을 그린 것처럼, 달이 무척이나 동화같이 빛나고 있었다.


별이 아니라 초승달이 말이다!

무려 초승달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별처럼 빛나는 초승달! 정말 내 눈에도 저렇게 빛나고 있었다.


눈에만 담기가 너무 아까워서, 창문을 활짝 열고 사진을 찍는데- 역시 눈에 담긴 아름다움을 그대로 구현해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빛나는 달을 촬영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꺼지지 않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달과 별이 정말 찬란하게 빛났다.

방충망까지 열고 구경하느라 혹여나 모기가 들어오진 않을까 조금은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달과 별 구경이 우선이니까 어쩔 수 없지 생각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요즘 아기에게 매일같이 불러주고 있는 동요 작은 별의 한 구절이다.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율동도 같이 해주면 아기도 신나는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주는데, 아기는 그 별이 하늘에 떠 있는 찬란한 별임을 알까!


이번 겨울에는 세 식구가 중무장을 하고, 매서운 칼바람 속으로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별구경을 함께 해봐야겠다.


우리 아기의 첫 별구경!

아기가 하늘에서 반짝이는 달과 별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상상을 하니, 벌써 내 마음이 더 설레는 듯하다.


그날은 이례적으로 밤하늘의 달과 별 보다, 반짝이는 아기의 눈에 비친 달과 별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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