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8
아기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돌준맘(돌잔치 준비하는 엄마)’ ‘돌끝맘(돌잔치 끝난 엄마)’ 등의 말이 어찌나 낯간지러웠는지 모른다. 물론 아기의 돌잔치가 다가오는 지금도, 내 입 밖으로 혹은 문자로 ‘돌준맘’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여전히 부끄럽다.
그러나, 아기를 키우다 보니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왜 엄마아빠들이 돌잔치에 그렇게 힘을 주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점점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아빠들이 돌잔치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게 다 갖추어진 편안한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혼자의 힘으로(물론 부모의 도움이 있었지만) 폭! 풍! 성! 장! 을 한 기특한 아기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2. 열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아기를 품고,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기가 잘 클 수 있도록 고생한 엄마 그리고 아빠 스스로가 자축을 하기 위하여!
3. 양가 부모님들을 모시고, ‘저희 일 년 동안 아기를 예쁘게 잘 키웠어요! 그간 저희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정도가 있을 것이다.
결혼식도, 돌잔치도- 모두 ‘단 한 번뿐이니까!’라는 이유 때문에 비용이 천정부지로 드는 부분이 있다. 인플레이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나와 남편은 2018년에 결혼을 했는데 요즘 평균 혼인 연령에 비해 일찍 결혼을 했었기에 30대인 지금보다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 때문에 결혼 준비를 비교적 수월하게 했었는데, 우스갯소리로 요즘 결혼했으면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고르고 따지다가 결혼식도 못 올릴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이제는 아는 것이 참 많아졌으니, 더 좋은 걸로 선택하고 싶은 이 마음. ‘단 한 번뿐!’이라는 말은 우리의 선택을 합리화하기에 충분하다.
아기를 갓 낳고 키울 무렵에는, 조리원 동기가 본인 동네에 있는 새로 생긴 독채 레스토랑에서 돌잔치도 진행한다고 해서 식사 겸 방문을 했다가, 분위기가 좋은 듯하여 덜컥 가계약을 걸어버렸다. (물론 여덟 달이 더 남은 시점이었기에 취소는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가 돌잔치 장소에서 바라는 것들이 조금씩 명확해져, 남편과 나는 돌잔치 장소를 변경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레스토랑에서 쓰는 돈에 조금 더 보태면, ‘그냥 호텔에서 할걸-’하고 아쉬움을 내비칠 필요도 없어지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닌가! (??)
정말 다행히도!! 남편이 호텔과의 전화통화를 성공해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돌잔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호텔 예약을 성공하고 나서 가계약을 했던 레스토랑은 죄송하단 말씀을 남기고 취소를 진행했다.)
**여기서 잠깐! 보통 호텔 돌잔치는, 돌잔치 희망 날짜로부터 넉 달 혹은 두 달 전에 9시 땡- 하고 유선상으로 예약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만 그곳에서 돌잔치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전화 경쟁이 치열한데- 때문에 ‘상대방이 통화 중-’이라는 멘트가 나오기 무섭게 바로 끊고 다시 전화 걸기를 수십 번 혹은 수백 번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주말에 진행하는 경우가 더 어렵고 평일은 비교적 쉽다고 한다.**
’ 호텔에 수십 번, 수백 번 전화까지 해가며 돌잔치를 해야 해? 이해가 안 되네!‘ 하고 생각했던 우리였는데…
‘오! 나 지금 통화 연결 됐어!’ 하고 남편에게 온 메시지에 너무나 신나 했던 나의 모습, 하하 갑자기 조금 부끄러워진다.
사실 호텔로 변경한 이유 중 하나는 접객 요소도 빼놓을 수 없었는데, 어른들을 모시는 자리에서 빈틈없이 불편함 없이 돌잔치 진행부터 식사까지 잘 마치고 싶어- 이래저래 아쉬움이 있었던 레스토랑을 뒤로하고 호텔을 선택한 것도 있다.
그리하여, 이렇게 저렇게 선택한 끝에- 총 스물네 명의 인원을 모시고 (우리 포함) 무사히 돌잔치를 할 일만 남았다.
우리 아기의 한 번뿐인 첫 돌.
11년을 함께 한 남편과 내가, 세 식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지 꼬박 일 년이 된 날.
그 의미를 담으려 하면 끝도 없이 좋은 의미를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겐 참 뜻깊은 날이다.
‘누구를 위해서 이런 돌잔치를 한 걸까?’
‘이 돈을 들여서 뭘 한 거지?’ 하고 생각하지 않도록-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은 돌잔치를 준비해 봐야겠다.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우리 셋의 첫 파티이니까!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여덟 번째 날이다.
오늘, 며칠 전 주문한 답례품이 드디어 와서 택배를 뜯고 한편에 정리를 해 두었다.
큼직한 것들은 애진작 다 정해졌으니, 이제 자잘한 것들만 준비해 가면 된다. (자잘한 것들이 생각보다 손이 더 많이 가는 느낌이다!)
기본적인 돌잔치의 형식은 따르되, 와주신 분들도 행복하게 있다가 가실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요소가 추가되면 좋을까,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우리 아기의 첫 생일잔치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음이 느껴졌다.
작년 이맘때는 내 뱃속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던 우리 아기가, 이제는 침대에서 새근새근 예쁘게도 잠을 자고 있다.
아가도, 그리고 우리도 크느라- 키우느라- 고생 참 많았다!
우리 둘의 세상에 태어나준 우리 아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리고 한 살 생일을 축하한다고 이야기해 주는- 아기의 돌잔치가 몹시도 기대되는 두근두근한 엄마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