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를 좋아합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49

by 마마튤립

누가 내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하고 물어오면 요즘엔 ‘샤브샤브‘! 라고 고민하지 않고 얘기한다.


맛깔난 국물에 내가 좋아하는 각종 야채와 고기들을 부담 없이 듬뿍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월남쌈도 좋아하긴 하는데, 준비하는 과정이 샤브샤브보다 더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서- 그리고 샤브샤브가 야채를 더 듬뿍 먹을 수 있어서 샤브샤브가 위너이다.


육수를 우려내고, 채소만 씻고 고기를 준비해 두면 끝!

재료들을 퐁당 한꺼번에 빠트려 놓으면 고기는 금방 먹을 수도 있고 야채는 푹 익으면 익은 대로, 아삭하면 아삭 한대로 잘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완전한 음식이 있을까!


샤브샤브는 제아무리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도 않고 소화도 잘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많이 먹어도 별로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에 좋은 것들로 가득하니까 많이 먹어도 괜찮아, 심지어 고기는 단백질 덩어리잖아?‘하고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인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 소스마저 찍지 말아야 하는데, 그건 샤브샤브에게 결례가 되는 행동이니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이렇듯 샤브샤브 매니아인 나는,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남편과 함께 샤브샤브집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맘껏 건강한 이 음식을 즐겼다.

(심지어 서프라이즈 임밍아웃을 한 것도 샤브샤브집 들어가기 전이었다. 하하! 내가 왜 집에서 안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기와 함께하는 요즘은 사실 샤브샤브를 먹는 게 결코 쉽지 않아서 가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한 번 다녀왔다. 뜨거운 국물 앞에서 익혀가며 먹어야 하는 음식이고, 먹는 데 시간도 꽤 걸려서 가지 못하고 있다가 마음을 먹고 다녀왔다.


둘이 갈 때보다는 편하게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올 때 둘 다 ‘아~배부르다!!’ 하고 나왔다는 것 만으로 성공적이었다. 오랜만에 먹은 샤브샤브는 역시 꿀맛이었다.


외출도 못하던 아기가 이제 함께 외출도 하고, 엄마아빠 먹는 것도 기다려줄 정도로 컸으니 이제 함께 음식을 먹을 일만 남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샤브샤브니까 아기도 같이 맛있게 먹겠지? 엄마보다 더 건강하게, 다양한 야채를 매일매일 이유식으로 먹고 있으니, 아기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뜨거워서 호호 불며 샤브샤브를 와구와구 먹는 아기의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마흔아홉 번째 날이다.


출산을 곧 앞둔 친구와 만나는 날이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샤브샤브를 먹자는 제안을 해와서 오늘도 맛있는 샤브샤브를 먹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나 어느덧 우리가 아기의 엄마들이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 하루였다.


친구와 약속이 있던 성수역에는, 내가 대학시절 자주 갔던 홍대 거리처럼 젊은 20대 친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출퇴근시간 성수 쪽 지하철이 관광객과 직장인으로 혼잡도가 극심해졌다는 걸 보았는데, 그게 정말 절실히 체감이 되었다.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지나가는 앳된 커플들을 보며, 남편과 나의 대학시절이 절로 떠올랐다. 10년이 지나고 어느새 한 아기의 엄마아빠가 된 우리. 잠시 그때를 상상해 보며, 아기와 함께 잠들어있을 남편에게 가기 위해 지하철로 발걸음을 재촉해 보았다.


내일은 사랑하는 남편과 맛있는 샤브샤브를 해 먹어야겠다. 어릴 적엔 없었던, 포근하고 사랑 가득한 그런 우리의 공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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