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9
아기를 키우면서 요즘 가장 속상한 순간이 있다면, 아기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마음을 온전히 느껴보니, 회사를 다닐 때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기에 바쁜 내 입에 뭐라도 넣어주고 싶어서 먹을 것을 방으로 갖다 주신 엄마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학창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어느 정도 컸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여전히 자식이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 아기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밥을 먹기 싫어하거나, 조금 먹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두거나, 밥을 만지작거리다가 이곳저곳에 떨어트리기만 하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온갖 생각이 들어온다.
아기니깐 어쩔 수 없지, 이럴 때도 있다고 했어!, 밥이 맛이 없나?, 내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 이제 그만 만지작거리고 입으로 가져가면 안 될까? 등등...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보고자 노력하지만 조금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아기의자 주변에는 온갖 음식물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리고 아기를 의자에서 꺼냄과 동시에 이유식이 또 우수수 떨어지니 매 식사 시간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아기가 크는 과정이고 또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이 모든 걸 이해하고 감내하긴 하지만, 아기가 잘 먹지 않으면서 전쟁터까지 되는 요즘은 ‘제발 잘 먹기라도 해 줘!’ 하는 마음만 든다.
그나마 아기가 좋아하는 두부를 내어주면 손으로 하나씩 집어서 입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 잘 먹어주니, 매 식사에 두부를 필수적으로 넣을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내가 해주는 밥이 이제 물린 걸까 해서 이번에 새로운 레시피로 가득한 유아식 책도 구비했다. 이제 이유식을 벗어나는 시기라 그런지, 내가 봐도 맛있을 것 같은 음식들이 가득해서 하나하나 만들어보며 아기에게 먹여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엄마의 피나는 노력으로 아기의 밥태기(밥+권태기)가 끝나길 바라본다. 아기를 보며 정성 들이는 요리를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만(요즘 아기가 엄마 껌딱지가 무척 심해져서 주방에 있으면 다리를 붙잡고 서있어서 움직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귀여운 녀석!), 그럼에도 짬짬이 열심히 요리를 해봐야겠다.
‘네가 잘 먹어주기만 한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어! 내가 눈 감을 때까지 이 마음은 변함없이 이어지겠지?‘ 하며 아기가 먹을 음식을 열심히 준비해 본 오늘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아홉 번째 날이다.
아기가 고기도 야채도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 되어 책을 펼쳐 괜찮아 보이는 레시피를 찾았는데, 마침 라구 소스가 있는 게 아닌가!
고기 토마토 파프리카 양송이 당근 양파 등 건강하고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면서 별다른 조미 없이 맛있게 완성할 수 있는 메뉴여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각종 재료들을 잘게 다지고, 볶고, 끓이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 라구소스! 아기가 배가 고파올 저녁시간이 되어 밥과 함께 내어주었는데, 칭얼거리지도 않고 잘 받아먹는 게 아니겠는가!
평소 먹던 양보다 더 잘 먹는 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오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입 한입 정성을 다해(?) 밥을 넣어주었다.
두 숟가락 정도를 남기고 다 먹은 우리 아기!
엄마가 모처럼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라는 걸 알았구나, 싶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이제 맛있는 음식 많이 해줄게!
엄마아빠가 아기를 보러 와주신 오늘, 이때다 싶어 남편과 함께 본격 장보기를 위해 마트에 갔다. 오랜만에 오프라인 마트에 가니 재미가 들려 평소보다 식재료를 많이 구매해 버렸다!
내일도 새로운 요리를 해서 아기의 눈을 휘둥그레 해지게 만들어줄 테다.
아기의 밥태기, 이제 정말 안녕이다.
‘엄마는 이제 너만의 미슐랭 요리사로 변신할 거니 기대 많이 하렴 아기야, 정말 정말 사랑해!’